유치리 이야기

유치리 감자송편

guem56 2012. 6. 22. 11:15

감자꽃이 피고

무당벌레가 날아다니고

초여름이 오면

아저씨들은 맥고모자를 쓰고

호미로 감자를 캤다

 

감자는 더러 범벅이 되고

더러 검은색도 아니고

갈색도 아닌 키가 얕고 넓적한 항아리에 들어앉아

왜그런지 우물가에서 푹푹 썩어갔다

 

감잣가루를 만든다고 했다

더운 여름 쫄깃하고 시커먼 감자송편이 나왔다

 

그 퀴퀴한 감자 삭는 냄새가 싫어선지

추석

깨박힌 알록달록 송편이 생각나서인지

한두개도 제대로 먹질 않았는데

 

수십년이 지나

더러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감자떡을 만나면

그걸 먹을수가 없다

옛 생각이 나서 그렇고

아무래도 웬지 가짜 같아서 그렇다

 

그 옛날 유치리

우물가에 삭아가던 감자는

쌀보리 이어가기 힘들 때

구명줄이었다

 

하여

감자떡을 제대로 안먹은게

두고 두고

시도 때도 없이 마음에 걸림은

감자송편을 한그릇 그득 담아 내신 할머니 손을 무안하게 만든 점

동네사람들이 그리 반갑게 먹던 감자떡 잔치에 입맛이 까칠해서 끼어들지 못한 점

두루두루인데

 

사람의 마음은 인수분해처럼 깔끔하게 해체 결합이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