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리 이야기

아문젠 남극탐험

guem56 2012. 7. 3. 14:21

삼춘의 봄은 눈물에 진다

 

먼산에 눈이 녹고

진달래가 한 철 지나가면

사쿠라가 만발하고

 

살구꽃이 환할때

먼지가 풀풀 날리는 신장노엔

아카시아꽃이 핀다

 

꽃은 많았고

매미울움

파란색 실잠자리

 

색갈도 화려해

만상이 구비되었으나

유치리엔 책이 없었다

 

오래된 어깨동무를 보고 또 보고

넘기고 넘기다가 안본듯한 페이지인가 하고 읽어보면

작년 가을에 읽은 구절이었다

 

아문젠의 이름을 어깨동무에서 보았다

피어리가 북극을 먼저 갔다는 이야길 듣고 아문젠은 남극으로 향했다

 

고등학교 어느 영어 참고서에서

스코트의 이야길 읽었다

 

남극엔 갔으나 생환에 실패했다

죽은 자리에 남긴 일기가 오늘날 전한다

 

그때는 아문젠과 스코트의 라이벌 관계를 몰랐다

 

아문젠은

순록가죽 옷을 입고

개를 끌고 갔으며

 

스키를 가지고 가서

짐을 끌었고

필요하면 개도 식량으로 잡아 먹었다

 

스코트는 동력운반차를 가지고 갔으나

극지에서 금방 고장나 버렸다

말은 추위에 약했고 크레바스에 빠져 죽었다

 

무엇보다

스코트가 남극에 도착했을 때

그는 아문젠이 다녀간 흔적을 확인했다

 

낭패감은 판단력을 흐리게 하고

체력을 급히 떨군다

 

하여 병가는

패해도 낯빛이며 마음무늬를 쉽게

바꾸지 않는다

 

더운 여름날

아문젠 스코트의 흑백 탐험 사진을 바라보며

 

오랜 옛날

남극 북극이 어딘지도 모르며

거길 가는게

먼저 가는게 그렇게 대단한 일인가 했던

그날은 오늘보다 차암

살기 좋았다는 착각에 접어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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