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여 은산
새벽 우시장이 서던 때
소를 몰고 멀리서 나온 아저씨들은
10원 내고 뜨끈한 장터 국수를 후르륵 들이 마셨다던데
유치리 소를 몰아 삼마치 고개를 넘고
연봉 다리를 건너
먼길 다니던 때
겨울엔 쇠죽을 끓이고
봄여름엔 꼴을 베어 먹인
정든 소를 떠나보내는 날이라
발걸음보다 마음이 더 무겁던 그 시절
재숙이네 집 뒤 울타리엔 삼베가 자랐고
여름날인지
삼을 삶아 밤이 깊도록
삼껍질을 걷어냈다
베틀위엔 흰 수건을 두른
재숙이 할머니가 올라앉으셔서
내려올줄 몰랐고
높은터
외갖집 마루엔 물레가 자리했다
베틀은 뭘하고
물레는 뭘하는지 아직까지 나는 자세히 모른다
오다가다
어느 박물관
통유리 너머 졸고 있는
베북이나 물레를 보노라면
그 옛날로 돌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