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이야기

하농(夏農) 경강

guem56 2012. 7. 28. 11:50

화천과 양구에서 내린 물이

의암댐을 거쳐

강촌

 

백양리

그리고 경강역을 지난다

 

백양리

알흠단 골짜기와

경강 골로 들어가던 맑은 물 자리는

나란히 골프장이 되었고

 

이제는 이름도 잊은

만성이가 기차타고 따라댕기던 백양리 여고생 집은

초야에 흔적이 사라졌다

 

경강역은 폐역이 되었다

찐계란과 땅콩을 팔던 역무원이 사라진지 오래

서울로 춘천으로 장을 보러 가던

아낙네들이 커다란 함지와 곡물자루를 올리던

붉은 녹이 점점이 박힌

비둘기호 철계단은 이제는 볼수 없다

 

역은 사라져도 그 옆에 밭과 논자락은

전염병처럼 퍼진

펜션과

커피내림집에 숱한 땅을 내주고도 여전히 숨이 붙어있다

 

백두대간 서녘

이름없는 봉우리가 숱한 서석면

물은 수하리

 

달팽이도 치버서 몸을 더 움추린다는

그 맑은 물가에

칠남매 키워서 가르친

논 열한마지기

 

상추 심고 감자 놓아 먹던 밭과 함께

남을 주고 봄내로 오신

이제는 환갑이 십여년 지나신 복순여사님

 

경강에 둘째 사위

사돈댁 내외분이 다 별세하시고

남겨돈 밭이 잡초에 뒹근단 말 듣고

 

부리나케

고구마 모종이며

가지 호박 심은지가 삼년 째라

 

오늘 아침

신새벽에 고구마 순을 따고

경강 시냇가에

부르스타 냄비 얹고

흰밥에 고추를 찍어

내외분이 돌담위에 겸상을 하고 오셨다는데...

 

호미본능

흙냄새 맡고 싶은...

 

누구나 고향에 가고 싶고

하던 일 하고 싶고

 

이니스프리는 기억에 남는데

예이츠가 시로 읊었으나

말년에 가지 못했다던가

 

나는 이제 서서히 희미하게

내고향을 포기한다

더하여 젊은날 내가 무슨 일을 했는지

어떤 꿈을 꾸었는지 

 

그 옛날

수하리 물가에서 손에 모래를 움켜 잡으면 금세 빠져 나가듯이

 

흔적과 꿈을 물살에 놓는다

여름

그리하여 마음 아프다

 

'춘천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김여사님의 오랜 여행  (0) 2012.09.14
피카소 청색시대....  (0) 2012.08.21
김숭겸 춘망(春望) 시한수  (0) 2012.07.18
저장성 닝보 명이대방록.....  (0) 2012.07.17
윌리엄 포크너 삼중당 문고  (0) 2012.06.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