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이야기

김여사님의 오랜 여행

guem56 2012. 9. 14. 15:02

미산 계곡의 물과

아홉 살이 고개 골짜기 마다 내린 물

그리고 신라 마의태자와 연관이 있다는 김부리에서 내린 물이

합쳐서

 

인제 합강으로 가기 전에 하남초등학교 앞을 지난다

 

지금은 아스팔트가 훤하여

기린이나 상남가는 길이 편하지만

예전엔 흙먼지 날리는 진흙길이어서 하남에 가려면

인제서 가거나 홍천에서 가거나 고생길이었으나

경치는 천하비경이었다

 

늦은 봄

저물녘 강물은 석양의 햇볕에 반짝였고

여기저기서 피라미가 물방울을 튀겨

모래밭에 앉아서 어항이라도 놓고 앉아 있으면 누구나 신선이 되었다

625가 끝나고 너나없이 힘들게 살던 때

김여사는 하남초등학교를 다녔다

 

눈이 억수로 퍼붓던 어느 해 겨울

길이 다 막혔을 때

커다란 미군 깻망아지 비행기가

하늘에서 내려 학교 운동장에 보급품을 내려놓고 간

 

그 옛날을

김여사는 기억한다

 

원래 부모님 고향은 신의주

한학에 밝으신 할아버지가

625 한두해 전에

 

남으로 내려가야 사는 수가 있다 하여

당시 북에서 교편생활을 하시던 아버지를 채근하여 온식구가 남으로 넘어왔고

아버지는 무슨 무슨 연유로

국군쪽으로 편입되어 625전쟁후 인제에 정착했다

 

외가도 신의주로

남들 다가는 외갓집이 없어서 서러웠다는 김여사는

 

아들딸 다 잘키우고

언젠가 봄내로 이사와서

이럭저럭

알콩달콩

사시다가

 

무릎이 아프시사 침맞으러 오신 김에

지난 60년을 5분만에 털어놓으신다

'춘천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소양강 갈대  (0) 2012.10.20
광해와 백사 이항복 소양강  (0) 2012.10.11
피카소 청색시대....  (0) 2012.08.21
하농(夏農) 경강  (0) 2012.07.28
김숭겸 춘망(春望) 시한수  (0) 2012.07.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