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에 지천인 소나무에
혹파리가 무성해서
솔잎혹파리 방제하러
장갑 끼고 솔밭으로 가던 때
세상에 가장 으뜸인 보물이
석파란에 추사화제란 말을 들었다
지금 더러 서울에 나돌고
부자들이 가지고 있는
석파란에 추사제발은 그런데 대부분 가짜란 말도 들은 듯 하다
추사가 그린 불이선란
여기저기
여러사람 글씨가 어지러이 올라 있어
이런 그림도 있는가 했는데
눈이 있어도 북두성을 못 알아본다고
그렇게 귀한 건줄은 문화재 해설란을 보고야 알았다
추사와 대원군은 어떤 인연일까
그외에도 추사를 둘러싼 궁금함이 많아서
완당집은 봤으면 했는데
레마르크 개선문처럼
게으름보다는 아껴두다가
이 더운 여름 읽게 되었다
추사의 석파란첩 서문을 보니
석파란은 1만분의 9999만큼 경지에 이른 난이라
나머지 1푼만 더 진력하면
이미 압록강 동편 최고의 란이니
천하제일그림이 된다는 말 같던데
또한 덧붙이기를
사람의 격이 있어야
그 손에서 나온 란도 향이 그만큼 퍼진다는 뜻도 들은 듯 한데
더운 여름날 생각을 끊어야 하매
뭉게구름처럼 피어나니
저 글은 아마
석파가 아들을 임금으로 올리고
조선 실권을 틀어준 때 보낸 듯 한데
석파는
추사가 가고 나서
병인 신미의 화는 잘 넘기더니
나중엔 어찌 그런 일을 했는지
추사는 이제 나에게 난을 부탁할 사람은 석파에 가라 했는데
서녘으로 간 새벽 달을 보매
내가 살아서 난을 종이위에 한폭이라도 심어놓고 가야 하나
게으름으로 뭉개고 손을 떼어야 하나
달은 말이 없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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