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과 삶

루소....고독한 산책자의 몽상

guem56 2012. 7. 26. 16:54

남도

가본지 오래되어

경전선이 아직 있는지도 모른다

 

경상도에서 전라도로 넘어가는 남해안을 따라

기차는 검은 연기를 하늘에 간간이 날리며

덜컹 덜컹 자갈위 철길을 하염없이 걸어갔다

 

맨 뒤칸 밖에 나오면

엉성한 쇠고랑이 옆으로 걸린 안전줄이 있고

거기 손을 얹고

이왕이면 머리도 얹어서

다리는 햇볕에 푹 익은 쇠판위에 얹고

 

떨어지던 말던 졸면서 가노라면

 

왁자지껄 소리가 들리면

한무데기 사람들이 내리고

또 그만큼

보따리 등짐과 더불어

비슷한 사람들이 올라왔다

 

그렇게 어둠이 깔려서

무슨 버스를 갈아탔는지 기억에 없다

 

아무튼

통영인지 여수인지

거쳐서

목포에 갔고

그날은 비가 내려

목포 시장으로 들어서는 골목길은

어깨엔 빗물 발엔 진흙물이 착착 붙었다

 

밥으로 먹는 라면이 안주가 되고

소주가 밥노릇을 할새

깊은 밤중인디 이른 새벽인지

유달산 이난영 비를 안개에 바라보다

홍도가는 배에 실렸다

 

흑산도를 거쳐

다시 저녁 노을이 은은할 때

홍도에 내렸고

납작 엎드린 돌담 집들엔 우물이 집집마다 귀하니

우리집은 우물이 이시매

이리 오심이 득이오

 

앳된 처녀

이말에 끌려

검은 해녀옷을 갈무리하던 아주머니 집으로 들어선 때가

왜정때는 아니고 사일구도 지난듯 한데 아무튼 

아주 오래되었다

 

바다는 푸르렀고

홍도는 한없이 적막했다

낮엔 바위 보이는데까지 개헤엄을 치고

늘어진 시간을 삼시 세끼 흰밥으로 잘 메웠다

 

그때

짐속에 루소의 책이 있었다

 

고독한 산책자의 몽상

 

기억나는건 짧다

 

....나는 이제 이 세상에서 외톨이가 되었다....

 

홍도에서 책을 읽을 땐

잘 몰랐다

 

내 삶은 푸르고 굵고

내 좋은 사람들과 즐겁게 살 줄 알았다

 

지나고 보니

그때는 어떤지 모르나 지금은 외톨이 되어

루소의 그책은 나에겐

개인맞춤형 정감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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