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과 삶

하란(夏蘭) 추사와 석파

guem56 2012. 8. 2. 17:34

산에 지천인 소나무에

혹파리가 무성해서

 

솔잎혹파리 방제하러

장갑 끼고 솔밭으로 가던 때

 

세상에 가장 으뜸인 보물이

석파란에 추사화제란 말을 들었다

 

지금 더러 서울에 나돌고

부자들이 가지고 있는

석파란에 추사제발은 그런데 대부분 가짜란 말도 들은 듯 하다

 

추사가 그린 불이선란

 

여기저기

여러사람 글씨가 어지러이 올라 있어

이런 그림도 있는가 했는데

 

눈이 있어도 북두성을 못 알아본다고

 

그렇게 귀한 건줄은 문화재 해설란을 보고야 알았다

 

추사와 대원군은 어떤 인연일까

그외에도 추사를 둘러싼 궁금함이 많아서

완당집은 봤으면 했는데

 

레마르크 개선문처럼

게으름보다는 아껴두다가

이 더운 여름 읽게 되었다

 

추사의 석파란첩 서문을 보니

석파란은 1만분의 9999만큼 경지에 이른 난이라

나머지 1푼만 더 진력하면

이미 압록강 동편 최고의 란이니

천하제일그림이 된다는 말 같던데

 

또한 덧붙이기를

사람의 격이 있어야

그 손에서 나온 란도 향이 그만큼 퍼진다는 뜻도 들은 듯 한데

 

더운 여름날 생각을 끊어야 하매

뭉게구름처럼 피어나니

 

저 글은 아마

석파가 아들을 임금으로 올리고

조선 실권을 틀어준 때 보낸 듯 한데

 

석파는

추사가 가고 나서

병인 신미의 화는 잘 넘기더니

나중엔 어찌 그런 일을 했는지

 

추사는 이제 나에게 난을 부탁할 사람은 석파에 가라 했는데

 

서녘으로 간 새벽 달을 보매

내가 살아서 난을 종이위에 한폭이라도 심어놓고 가야 하나

게으름으로 뭉개고 손을 떼어야 하나

달은 말이 없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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