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이야기

손석희 대담 ...김기덕 섬과 피에타

guem56 2012. 8. 25. 14:05

북강원도에서 내린 물이

화천을 지나 봄내로 오는 길목 양옆엔

 

자연이 만들었거나 사람이 만든 저수지가 많다

 

저수지엔 물고기가 살고

그러다 보니 낚시터가 생기고

좌대가 있으며

큰 저수지 물 가운데엔 떠 있는 집들도 있고

 

 

사람들은

도회의 지친 삶을 세탁하거나

더러 풍진 세상을 도피하러  저수지로 온다

 

 

반월(半月)이 뜬 밤에

구름이 달을 가리는듯 마는듯

밤이 깊어가면

낚시 담근 강물에선 간간이 물방울 소리가 나거나

고기 뛰는 소리

어디선가 물새가 우는 소리가 들리는 듯 하다

시간은 멎고

하늘에 별빛이라도 흩어내리면

깊은 밤듕의 배고픔도

옆에 있는 벗의 존재도

그리고 낚시대를 물에 드리웠다는 것도 다 잊을 때가 있다

 

그렇게 어느 초여름

개구리 우는 소리가 하늘로 퍼져 올라가던 밤에

건너마을 박중위(중위로 제대해서 박중위라)와

춘천 댐 아래 저수지에 모터보트를 타고 섬안의 낚시집에 간 적이 있다

 

우연은 필연과 늘 섞인다

그 며칠 뒤 어느 일요일

 

묵은 영화를 보여주는 채널에서

김기덕의 <섬>을 보았다

 

붉은 피와 낚시바늘

대사가 말라버린 화면

푸른 물

그리고 뭔가 어두운 결말이 올거 같은

배우들의 얼굴

느린 영화의 속도

 

시간은 10분 지났는데 영화속 시간은 더뎌서

달아난 잠이 다시 오다가

공포감 불안감 이상한 느낌이 얽혀서

결말이전에 밝은 내용의 다른 프로그램으로 이동했다

 

나쁜 남자

사마리아

김기덕의 영화는

내 사는 동네 영화관에선 상영된 적이 없으나

인터넷에 뜨는 화제거리 기사로 겉핧기로 내용을 알았고

 

그렇게 늘 스쳐갈 뿐이었다

 

나는 홍상수와 김기덕을 혼동했고

동일유전자로 까닭없이 묶어버렸다

 

웬만큼 사는 집안의 셋째 아들쯤 되는 한량끼 많은 젊은이들이

영화에 눈을 떠서

영화관객을 많이 부르지는 못해도

매니아 층이 있고

 

눈높은 깐느나 베니스에서 그들을 부르나 보다 그리 생각했다

 

홍상수 영화는 내용이 슬프거나 눈에 부담되는 잔혹장면이 없어서 몇 편을

컴으로 본 적이 있다

 

오늘 아침

우연히 손석희 대담 프로를 듣다가 김기덕의 목소리를 들었다

 

중고 학력이 없고

청계천에서 전자기기공으로 일했으며

해병대를 나왔고

파리로 무작정 갔으며

그림을 잘 그렸고

 

 감독으로서라기 보다는

자작 시나리오가 당첨되어 영화판에 발을 들여놓았다는 내용이

짧은 인터뷰 속에서 정리되어 나왔다

 

그리고 언젠가

어느 일간지에 김기덕 감독 산다는 홍천의 통나무집 사진을 본듯한데

 

서울에 잘 사는 감독이

전원생활을 호사스런 취미로 심플하게 하는 줄 알았다

 

그 집에 홍천 인제쪽이 아니라

홍천 양평 라인에 있으며 실내 화장실이 없고

김감독은 먹는 야채는 어릴때 경험한 농사기술이 있어서인지

혼자 농사지어서 자가공급함도 알았다

 

귀가 얇은 나는

대담중에

김감독이 손석희씨를 존경한다는 말을 했는데

 

그에 따라

김감독을 역시 존경해야할까보다

 

그동안 좌충우돌하는 동키호테류로도 생각했던 것도 같다

 

조민수가 피에타에 출연했다던데

 

역시 대담중에 들었던 이야기 한토막처럼

104살에도 여전히 영화를 만든다는 포루투갈의 감독을 따라하여

오래 살아서 많은 김감독 조민수 영화를 보았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