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리 이야기

닐 암스트롱 텔레비젼의 추억

guem56 2012. 8. 27. 17:37

매미가 울고

해가 지면

마당에 쑥을 태우는 모깃불이 타오르고

 

하얀 뚜껑의 양은솥에서

감자 옥수수를 삶은 단내가 피어오르면

 

짙은 여름이다

 

어느 해 여름

방학을 며칠 앞둔 날

 

매화학교엔

이경복 이규방 이규설

이런 선생님들이 계셨는데

 

시간의 늪이 오래되어

어느 분이 읍내로 출장을 가셨는지 기억에 가물하다

 

그날

낮인지

인류역사상

 

인류라는 말뜻도 잘 모르는

3학년 때였다

 

달에 착륙하러

착륙이란 말도 잘 몰랐는데

 

아마 버스가 내리는 거 아닌가 했고

 

미국사람이 달에 내리는 날이라

그걸 텔레비젼으로 보시러

출장을 가신 거다

 

유치리 시동엔 안즉 흑백이지만 텔비가 없던

호랑이 담배피던 시절이었다

 

여름이 가고 늦게 본

어린이 잡지 어깨동무에는

달 흙에 찍힌 신발자국

그리고 둥그런 헬멧을 쓴

우주인 세사람의 사진이 실렸다

 

나는 기사를 자세히 읽어서

두 사람은 달에 내리고

한사람은 달 위에 떠있는 우주선에 남았다는 것도 알았는데

 

거기까지 가서 못내리고 오면 참 섭섭하겠구나

 

그 생각을 그때 했는지 언제 했는지 그것도 확실하지 않다

 

달에 두번째로 내렸다는

버즈 올드린이 한국전에서 미그기를 격추한 공군조종사라는 사실은 수십년 흘러서 알게 되었다

 

랜스암스트롱의 불멸의 자전거 경주 업적이

도핑으로 추락하는 즈음에

지구인으로 처음 달에 갔다는 닐 암스트롱이 영면했다

 

그 옛날 텔레비젼은 어떤 걸까

그 화면을 보는 것이  불가능했던

가난한 나라의 어린이가 나였구나 하니

수십년후 나는 어떻게 살까 예고편을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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