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리 이야기

조미미 ...스피커노래 ...바다가 육지라면

guem56 2012. 9. 11. 13:35

초가지붕아래

굵고 기다란 고드름이 짧아지고

한낮엔 낙숫물이 똑똑 떨어지면

 

깡통에 불을 넣어 휘휘 돌리는 대보름이다

휘영청 달이 밝고

어른들은 짚불을 놓아

시동리 전체에서 여기저기 불길이 솟아오르는 달밤

 

그때

조미미의

바다가 육지라면

그 노래를 들었다

 

스피커에서 늘 흘러나왔고

동네 사람들 너도 나도 불렀고

아이들도 따라 불렀다

 

바다가 육지라면 눈물은 없었을 거라는데

 

어린 나는 육지가 무슨 뜻인지 몰랐다

 

이미자 해당화

그리고

단벌신사 우리 애인은 노총각 이라는 노래와

함께 바다가 육지라면을 기억한다

 

 

시동엔 집집마다 라디오가 없었고

새집같은 노란 상자안에

가느란 철망의 스피커가 달린

스피커가 제비집 처마 한켠에 붙어서

 

내가 바다를 한번도 보기 전에

 

바다가 육지라면

그렇게 노래가 울려퍼졌었다

 

며칠전에 건너마을 서선생이

산에서 캤다고 싸리버섯 한바구니를 가져다 주었다

 

옛날 시동에서 할머니들이 산에 가서 캐오시던 그 싸리버섯은

가물한 기억에 흰색이었는데 이번 싸리는 불그스름한 색갈이 진했으나

한눈에 싸리였다

 

버섯을 잘 모르는 내 눈이나

조미미가 노래 부르던 그때 보았던

싸리버섯의 영상이 머릿속에 숨어 있었다

 

가신 이의 명복을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