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이야기

광해와 노무현

guem56 2012. 10. 4. 12:33

가을이다

섬진강이 질펀하게 흐르고

지리산 화엄사에 단풍이 찾아올 무렵

 

영화 <광해>가 숱한 관객을 끌고 있다

 

천년고찰 화엄사에 볼만한 곳이 한둘이 아니나

각황전 고색창연한 현판은

 

택리지를 쓴 이중환의 부친 이진휴의 글씨이다

 

산문을 들어갈 때 보이는

<지리산 화엄사>현판엔

병자년 가을 이광(李珖)이란 글쓴이의 이름이 있다

 

의창군 이광(1589~1645)은 선조임금의 아들로서

광해임금의 배다른 아우이고 명필이다

 

병자호란은

병자년 끝의 겨울과

이듬해 정축년 봄에 남한산성에서의 패전을 말한다

 

이광이 이렇게 힘찬 글씨를 쓸때는

아직 만주의 청나라 홍타이지 군대가 압록강을

건너기 전이다(이미 누르하치는 죽었다)

 

의창군의 부인은 양천 허씨

교산 허균의 형인 허성의 딸이다

 

영화 광해의 제작 배경 시간은

광해 8년 1616년이고

교산이 역모로 몰려 죽기 2년전이다

 

의창군은 허균역모에 관련되어 유배를 받았다가

1623년 인조반정으로 세상이 뒤바뀌어 복권이 되나

파란만장한 병자호란의 난리를 겪는다

 

광해(1575~1641)

 

그는 임진왜란때 아버지 선조와

유사시 사직의 보존을 위해

조정을 가른다는 분조를 해서

함경도 쪽으로 피난을 갔다

 

한편으로 백성을 진무하고

한편으로 왜군과 싸우며

 

난세에 나름대로 공을 세웠으며

영화에 나오다 시피 왜군과 맞닥뜨려 부상을 입었다는 이야기도 있다

 

노쇠한 명나라와

신흥 만주의 후금(청나라)사이에서

중립외교를 펼쳐

 

광해 재임시에 이땅엔 전란의 징후가 없었으나

인조반정이후 등장한 인조는 노골적인

사대정책을 펴고 만주족을 철저히 무시해서

 

두 차례 침입을 당하고 삼전도의 굴욕을 겪었다

 

영화에 나오는 명나라의 원군 요청은 실제로 이뤄졌고

명나라 조선 연합군은

 

1619년 봄에  만주의 부차전투에서 대패했다

 

이때 조선 사령관은 강홍립이고

그는

사세를 잘 살펴 보아

 

무조건 명나라의 편에서

죽기를 각오하지는 말라는

임금의 밀지대로 청에 항복했다

 

이때는 교산 허균이 죽은 이듬해이다

 

영화 <광해>는 이런 시대 배경으로 만들어졌다

 

이 영화는 극본이 탄탄하며

사실스런 허구(虛構)에 충실하여 관객의 몰입을 유도한다

 

이병헌의 연기는

지나침이나 모자람이 적은 원숙함을 보였고

 

김명곤 유승룡은  노련함으로

극중 <진실성>을 높였다

 

도부장은 충신의 틀을 잘 보여주었고

사월이의 감초연기도 훌륭했다

 

한효주는

중전의 무거운 역을 무리없이 소화했다

 

교산은 조선시대가 끝날때까지

 역적으로서

신원이 되지 않았다

 

명문장가인 그는 생전에 많은 신도비를 지었는데

역적이 된후 비석의 후손들이

그의 이름을 갉아냈다

 

하여 두자 이름이 파인것은 허균이요

세자 이름이 파인 것은 김옥균의 글이란 말이 전한다

 

광해 또한 연산과 더불어 패륜의 임금으로

역사에 오점을 남긴 인물을 대표했으나

 

오늘날의 평가는 많이 달라지고 있다

 

 

허균이 왜 역모로 몰렸는지

그 사건의 전후는 아직도 안개속이고

인조반정은 어떻게 해서 정당성을 얻어야 하는지 여전히 숙제다

 

경포대

푸른 동해를 마주하고

호수는 말이 없는데

 

허난설헌의 집은 문화재가 되어

오죽헌 선교장을 마주 보고

오늘도 중국인 섞어서 관광객을 맞는다

 

사대(事大)보다 백성을 생각했다는

단 하나의 임금 광해는

 

지하에서

비슷하게 산 흔적이 있는

을지부대 졸병 출신 노무현을 만날 것이다

 

그리고

박해일이 활을 들고

압록강을 왔다 갔다 한

 

핏물이 흥건한 영화

<최종병기 활>을 이야기 할 것이다

 

내가 왕노릇을 좀 더 했더라면

영화 <활>은 안나왔을 텐데......

 

떠난 사람은 그립고

부엉이 바위는 오늘도 말이 없다

 

'영화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위험한 관계 ...장동건  (0) 2012.10.15
광해와 허균  (0) 2012.10.14
강심장 김기덕 이정진 김연경 이준  (0) 2012.09.12
조민수의 피에타   (0) 2012.09.10
조민수 베니스영화제.....안소니 퀸  (0) 2012.09.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