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이야기

광해와 허균

guem56 2012. 10. 14. 14:00

신축년

1601년

 

임진왜란은 끝나고 국토는 피폐하였다

허균은 세곡을 감독 관리하는 전운판관이 되어

충청도 땅을 거쳐 호남에 내려갔다

 

그해 여름에

허균(1560~1627)은

호남 고부에서 이우(李瑀  1542~1609)선생을 만나

우리 고향의 어른이시고 시서화에 능한 분이란 짧은 글을 남겼다

 

다음 달엔

문무겸전의 강홍립(姜弘立 1560~1627)을 만나

동년이며 어릴 적 같이 많이 놀아서 친한 사람이라고

옛날을 돌아보고 재회를 기뻐했다

 

두 사람은 나이차가 나는데

동년이란 같은 해 과거에 붙었다는 말같다

 

 

산수갑천하 강릉

호수 경포대

 

오른편에 바다 왼편 위쪽에 경포호

그 사이에 초당(草堂)

 

난설헌의 생가가 있어서

오늘날은 문화재로  지정되어

교산과 난설헌을 기리는

숱한 사람들이 초당을 둘러본다

 

경포대를 앞에 두고 동해를 멀리 내다보는 곳에 오죽헌

말하자면

 

율곡과 교산의 집은 경포를 사이에 둔 편이고

열화당은 그 중간쯤에 있다

 

허봉(1551~1588)은 난설헌의 오빠요, 교산의 형이다

글솜씨가 빼어나고 총명한 허봉은

20대의 젊은 나이에

 

명나라 사신길을 가면서

파주에 은거해있던 율곡선생을 찾아뵙고

율곡의

가난을 동정하고 그 학문에 경도된다

 

그때 아마도 율곡은 성학집요를 저술중이었고

허봉은 그 미간 원고를 보고 찬탄을 했는데

허봉의 하곡집에 기록이 있다

 

세상 인연과 사람의 은원은 복잡해서

계미년(1583)에 허봉은 율곡을 탄핵한 죄로 북녘에 귀양을 가고

귀양이 풀리자 금강산에 은거하다

율곡선생 서거(1584)

 몇 년뒤 임란전에 죽는다

 

오빠 허봉의 신세가 어그러지자

허난설헌은 그런 정황을 착잡하게 시문에 남긴듯 하다

 

이우는 누구인가

바로 사임당의 아들이요 율곡의 동생이며

시서화금(거문고) 사절로 유명한 시인이자 예인이다

 

무슨 사연으로

전라 고부에 이우선생이 당시에 내려가 있었는지 오늘을 사는 사람으로 궁금하다

 

교산이 지난날 율곡선생과 허봉형의 저간 사정을 훤히 알텐데

이우선생을 고향어른이라며 정중히 기록해 놓은 것을 보면 짧은 글이지만

세상사의 시비곡절을 넘어 어른을 대하는 바른 태도를 볼 수 있다

 

영화 광해의 시간 무대는 1616년

2년뒤 1618년 여름 교산은 역모죄로 걸려 참살 되었고

조선왕조가 저무는 날까지 교산은 신원되지 않았다

 

1618년 봄

베이징에선 만주의 누르하치를 치고자

군사를 일으키면서 조선에 원병을 청한다

 

임란의 원조를 받은지 20년이 지나고

조선내에도 여진족에 대한 적대감이 있는 터라

원병은 보내야 했고

그 총책으로 강홍립이 낙점되었다

 

이미 환갑의 나이에 든 강홍립은 극구 사양했으나

광해 임금은 여름에 중책을 강홍립에게 맡기고

2만 조선군이 압록강을 넘어 갔으며

이듬해 봄에 조선군은 우여곡절끝에 청군에 항복했고

 

강홍립은 8년여 포로 내지 억류 생활을 하다가 조선에 귀환했다

그때는 이미 광해는 서인으로 유배지에 가있었고

인조반정의 시기였다

 

조선이 원병을 보내니 마니

누구를 책임자로 해야 하는가 고심하던 1618년 여름

교산은 역모에 걸려 죽었다

 

교산이 죽고

인조가 이괄의 난을 추스르고 나서

강홍립도 저승에 간 이후

조선 정부는 반청 친명의 자세를 취했으며

 

1637년 봄이 오기전 추운 겨울에

인조는 남한산성을 나와 오랑캐에게

삼고구궤의 절을 하는 수모를 당했다

 

왕이 수모를 당한건 치욕이나

거기서 그친게 아니고 숱한 사람이 만주로 끌려가서

이국의 고혼이 되고 엄청난 공물을 바치느라

조선의 상처는 너무나 컸다

 

교산이 실제로 역모를 꾸몄다고 나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리고 누가 교산을 역적으로 몰았는지 어떤 시나리오인지

알아보고 싶은 생각은 많으나 쉽지 않다

 

강홍립의 원정과 항복

그리고 억류와 귀환

반정에 성공한 인조가

광해가 믿은 총신 강홍립을 살린 이유

이런건 참 복잡하다

 

그리고 누군가 그런 사정을

일목요연하게 풀어놓아야 한다

우리 역사는 조명되는 시기와 그늘에 갇힌 부분이

렘브란트 그림처럼

 

흑백과 명암이 선명한데

아픈 역사

살펴보기 저어되는 시대를

 

잘 알지 못하면

그런 시대는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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