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이야기

동사서독

guem56 2010. 5. 3. 10:05

마음에 드는 영화를 다시 보는걸 좋아하는 사람이 있고

한번 본 영화는 재탕을 잘 안하는 사람도 있다

 

동사서독(The Ashes of Time)

이 영화를 서너번 본듯 하고

 

대사가 적고 화면전환이 빨라서

그리고 사막과 모래바람의 누런 분위기에다

영상이 선명한 듯 흐려서

 

이야기의 얼개를 추적하기 힘들었다

 

설명하기 힘든 까닭으로 이 영화가 잘 잊혀지지 않아서

(도화꽃  복사꽃 피는 시절에 나도 백타산으로 가리라)

늘 그런 생각을 하고 살았다

 

치악산 자락 행구동에 가면

봄철에 복사꽃이 흐드러진다

 

거기 기슭에서 차를 마시거나 걸어오르면서도

동사서독을 생각했다

 

취생몽사주를 마시면서

아픈 기억을 잊어버리고 싶은 생각이

가슴 아파 본 사람은 누구나 있을 것이다.

 

내 마음을 차갑게 다듬으면 다른 사람이 상처를 입는다

서로 상처를 주고 그리고 잊지 못하고

그리워하다 마침내 만나지 못하고

죽는다는 이야기

 

깊은 사랑이건 평범한 일상이건

누구나 영화속에 감정이입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영화는 화면이나 그림이 좋다

왕가위 감독은 젊은 시절 미술공부 했다고 한다

 

짧은 시간동안 숱한 인물을 집어 넣었고

서로간의 사연이 묘하게 이중 삼중으로 얽히기도 하고

전혀 관계없이 흘러가기도 한다

 

복잡한 원작의 내용을 영화속에 집어 넣을 때는

감독이 무척 안들어가는 내용을 우겨 넣었다고 생각이 들기도 하고

어쩌면 숫자 매직퍼즐처럼 저렇게 정교하게 만들었나 싶기도 하다

 

중경삼림 화양연화는 이 영화는 또 다른 같은 주제 다른 무대  변주곡이다

 

마틴 스콜세지의 순수의 시대에서도 비슷한 이미지를 보았다

 

사는 모습이 다르고 시대와 공간 배경이 수만리 떨어져도

먹고 자는 인간의 모습은 다른듯 비슷하다

 

시간의 재.......시간이 타버린 재...이것이 동사서독의 영어명 영화제목이다

 

어느 추운 겨울날 커다란 소나무 등걸이

저녁에 타들어가 이틑날 아침 숯이 되고 다시 저녁에 재로 남았을 때

 

시간이 더 흐른 뒤 그 재는 어디로 갔을까?

 

당신은 오래 전에 만난 사람들이 문득 문득 기억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