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이야기

정일영뎐(傳) 셋

guem56 2012. 12. 22. 12:46

복과 화는

성향이 다르나

뜬금없이 찾아오는 특징은 같다

 

정일영은 물리(physics)를 잘했다

과학시간에

오목렌즈 볼록렌즈의 촛점이나

 

달의 주기

여러 암석의 특징

이런 문제를 잘 풀은게 아니라 정답을 늘 알고 있었다

 

사람은 어떤 분야에 지식이 모자르면

그쪽에 잘아는 사람에게 질문하기도 어렵다

 

중학교 책에는 과학과 기술시간에

볼트와 암페어가 늘 나왔고

과학책에는 플레밍의 왼손 법칙 오른손 법칙이 나란히 있었는데

 

나는 이걸 잘 몰라서

과학의 길을 포기하고

자연계로 안갔는지도 모르고

 

중학교 1학년때부터 가르치시던 여러 분의 과학선생님들이 한결같이

모기소리같이 작은 목소리

그리고 귀를 쫑긋거리고 들어도 들어도 내용을 이해를 못해서

과학은 포기하고 살았다

 

살아오면서 생각하기를

내가 노래를 잘 불렀다거나

중학교 고등학교 때에 과학에 약간 취미가 있었더라면 팔자가 달라졌을거라 본다

 

정일영은

노래를 잘 부르고

과학은 그냥 어느 문제든지 완벽하게 답을 냈다

 

타고난 목소리가

쇳소리의 날카로움이나 울림이 있지는 않았고

듣기좋은 미성이 아니라서 아쉬우나 정확한 박자 감각을 가지고 있었다

 

정일영이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마취과 의사가 되었다는 소문을 들었을 때

 

왜 의사가 되었는가

물리학자가 되었으면 세상에 이름 한 번 냈을 텐데

 

그리고

왜 하필이면 마취과인가

외과를 가거나

인기가 좋다는

안과 이비인후과 놔두고 그리로 갔는가

 

그렇게 생각한지가 서울올림픽 하던 무렵일게다

 

임진년 더운 여름

그는 간암이 걸렸다

 

술은 매일 마시고

담배는 한갑을 넘게 태웠는데

무엇보다 술을 안마시는 날이 없는 듯 했다

 

간은 24시간

혹은 일주일

혹은 한달 알콜 없이 쉬면

주인의 건강을 위해 대단히 싱싱해 진다

 

매일 술을 마시면 쉴틈이 없어서

일년내내 소 먹이 주는 농부의 아내처럼 날마다

조금씩 조금씩 피로해진다

(물론 농부는 소싸움에 취미가 있어 싸움소 데리고 훈련을 한다)

 

무더운 여름

담배를 피우는 정일영에게

그 형님이 담배 피지 말라고 화도 내시고 크게 나무랐으나

담배는 늘 주머니에 있었다

 

어느날 저녁 웃으면서 물었더니

 

담배는 왜 피나

별로 간에 해가 없나?

 

정일영이 이런 대답을 했다

 

폐암이 걸린 사람은

술은 한두잔 해도 되고

간암이 도진 사람은

담배는 피워도 뭐 괘안을거 같다

 

오랜 세월 수술실에서

숱한 암환자를 봐온

의사 정일영이 남긴 말이라

 

두고 두고 

그 말을 되뇌면서

겨울이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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