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이야기

이효석 ...노령근해

guem56 2013. 5. 1. 12:23

 

 강릉 가는 고속도로가

아직 구불구불하고

평창이나 진부로 빠져 나오는 출구가 엉성하던 때

어느날 이정표를 찾아서 봉평에 갔다

 

이효석 생가가 있다는 마을을 찾아갔을 때

논과 밭 사이로 좁은 길이 있었고

사람이 서넛 탄 경운기가 지나갔다

 

그 분들은 큰 목소리로 이효석 생가를 말해주었고

손짓으로 방향을 가리켰다

아마 그때는 물레방아도 없었고

메밀밭이 넓게 퍼져 있었는지 그것도 기억에 없다

 

금세 찾아간 생가는 표지판도 없었고

나뭇가지 울타리가 있었던가

작은 마당에 방 두세칸의 작은 일자형집이었다

 

내가 살았던 유치리 밤나무 아래 집보다 작았다

 

이효석 생가는 그때도 아마 농사 짓는 주민이 살고 계셨는지

낮에 찾아간 집에는 사람이 부재했으나 집은 숨을 잘 쉬고 있었다

한낮은 더워서 나는 삼심여분 마당에 발을 들일까 말까 서성이다가 온듯하다

 

 

약사리 고개 넘어 서점에서 삼중당 문고로

체호프 단편을 사서 읽었는데 내용은 기억이 잘 안난다

 

읽을 때 재미가 없었는데

책의 번역이 잘못되었다기 보다는 내가 어려서 내용을

음미할 줄 몰라서 그런거 같다

 

 

체호프 책을 산 것은

이효석이 체호프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는 구절을 어디선가 보았기 때문이다. 내가 읽은 이효석 단편은 시골에서 살아가는 머슴이나 못배운 아낙네의 이야기였다

 

김유정의 소설들과는 같은 시골이 배경이라도 내용은 많이 다르게 다가왔다

 

이효석이 경향파 작가라던데

거기에 해당하는 작품을 본것은 21세기가 되어서였다

이효석의 <노령근해>란 작품은 이름만 들었는데

이걸 80년대에 읽으려 해보다가 실패한 적이 있다 어디 있는지 몰라서였다

<노령근해>는 아주 짧았다

 

 

언젠가 80년대에 읽었던

폴란드 출생의 영국선원이라는 콘래드의 단편이 생각났다

어두운 바다속에서 침몰을 피해 사투를 벌이는 내용인데

 

이 단편은 영문학과 학생들이

도서관에서 시험공부를 하는지

읽는걸 보고 서점에 가서 교재를 따라쟁이로 사서 읽은거 같고

그 책은 어디로 갔는지 모르겠다

 

먹고 사는게 바쁘고 생활에 치여서

콘래드의 이름은 잊고 살았으나 소설을 대하면 가끔씩 기억나고는 했다

 

어느날 나는 체호프가 직업이 의사이며

사할린을 여행했었고

톨스토이와는 얄타에서 자주 어울렸으며  두사람이 함께 찍은 흑백사진을 보았다

 

 

그래서 체호프의 단편집을

러시아판으로 구했다

 

콘래드 작품은

서울 가면 언제든지 구할 수 있고 읽으려고

맘을 먹으면 읽을 수 있어서 미루고

 

오래 된 숙제처럼 짐이 된

푸시킨의 시나 <안나 카레니나>나 <세바스톨 이야기> 등을

살아서 읽을 수 있을까 했는데

 

이효석과 백석을 따라 하기로 했다

 

기름진 삶은 멀고

쌀독은 바닥이 보일 때가 많은데

 

나는

알뜰한 삶이나 재화의 운용 내지 노후설계에 어두워서

긴긴 시간을 책읽는데 보내기로 했다

 

돌이켜 보면 언제나  엉뚱한 짓을 해오면서 살아왔기에

앞으로도 그럴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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