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이야기

새치

guem56 2013. 6. 22. 12:20

약사리 고개아래

흐르던 약사천 개울물은

언젠가 물이 마르고

시멘트로 덮여 풍물장이 섰다

 

간판도 없는

보리밥집에

된장 콩나물 호박넣은 보리밥이 맛있었는데

약사천을 되살린다나

 

풍물장은

서울가는 전철역 다리 아래로 가고

장옮기면 사람 안올까 걱정도 하더니

지금은 장날 발디딜 틈이 없다

 

 

김여사는 아침 일찍

풍물장에 가서

임연수 몇마리와 매운탕 거리를 샀다

 

생선난전은 대개 냉동생선인데

강릉에서 오는 두 집이 생물을 팔고

거긴 사람들이 줄을 섰다고 한다

 

강릉부자가

임연수 껍질로 쌈싸 먹다가 망했다는데

 

어릴 적

유치리 살 때

새치를 숯불에 구워먹었다

 

눈이 쌓인날 문틈으로 들어오는 찬바람에

화로위에 구운 따듯한 새치는 참 별미인데

가시가 걸린 기억이 새롭고

입이 짧아 먹는게 없던 내가

새치껍질 쌈을 먹던 기억이 생생하다

 

새치가 임연수라 한다

오랜 동안 새치가 임연수란 걸 알았는지 몰랐는지

그것도 논증을 못하고 살아왔다

 

숯불 석쇠위에서 기름을 방울방울 화로의

숯과 재속으로 떨구던

새치

 

껍질이 바삭 익어서 오그라들을 때쯤에

접시에 담은 새치

 

진주할아버지가 껍질을 걷어

흰밥을 얹어주시던 때

 

그때 여름엔

매화학교 미루나무 숲에는

검은색 하늘소가 검은 비(黑雨로 내리고

 

재숙이네집 가는 길

외양간 울밖에 쇠똥구리가 지천이었는데

 

신문엔

사라진 쇠똥구리가 어느 고을에 많이 보인다는

기사가 실린다

 

 

 

 

 

 

 

 

'춘천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권진규  (0) 2013.09.02
위대한 개츠비 로버트 레드포드  (0) 2013.05.21
이효석 ...노령근해  (0) 2013.05.01
대한매일신보 베델  (0) 2013.04.18
현비탑비  (0) 2013.03.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