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이야기

위대한 개츠비 로버트 레드포드

guem56 2013. 5. 21. 16:19

세월이 지나면

강산이 변한다는 말은 예나 지금이나 통한다

 

개나리가 만발한 봉의학교 교정

서편에 약사천이 흐르고

언덕위엔 육림극장이 있었다

 

위대한 개츠비의 포스터가 거리에 나붙었고

극장 벽 영화사 페인트 그림속엔

레드포드가 말끔한 흰 양복을 입은채

한여름 철을 지나 서 있었다

 

그땐 한국에서 개봉되는 영화는

원래 제작연도와는 뒤죽박죽이라

아마 나중에 스팅을 본거 같다

 

나는 개츠비의 줄거리를 몰랐다

영화 포스터 앞에서 오래 오래 망설였다

 

이 영화는 갱영화도 아니고

스팅처럼 재미날 거 같지도 않고

그래서 가지 않기로 했다

 

그때 영화 한편을 보러 가는 것은

국민소득 1천달러 미만의 나라에서

모험이었기 때문이다

예고편은 봤는지 기억이 가물하다

 

봄이 끝나고 오월의 어느날은 무척 더울 때가 많다

육림극장 건물은 여전한데

맞은 편

한때 사람들이 북적거렸던 가게는 빈 터가 많았고

중앙시장으로 들어가는 골목길은 행인이 없었다

 

오래된 올챙이 국수집은 여전히

열무김치와 노란 올챙이 국수를 접시에 담아냈다

장사하시는 아주머니는 허리가 휘었고

손주름이 몇 년전보다 골이 깊었다

 

드카프리오가 나오는 개츠비를

사람들이 보러 가고 있다

 

갈까 말까 망설이는 까닭은

예전에도 못 보았는데

이제는 보나 하는

세월에 대한 감회가 그 하나요

 

두번째 이유는

개츠비가 죽는다는 소설의 결말을 알기에

보고나면 한없이 허전할거 같아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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