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운몽(九雲夢)

윤동주 달을 쏘다

guem56 2013. 5. 13. 15:41

개구리가 밤새 울던

논위에 아파트가 설 무렵

밤이면 흑백 텔레비전을 보던 때

 

문익환 목사님 강연을 들은 적이 있다

무슨 말씀을 하셨는지 잘 모르나

남북이 오고가고 통일이 되면 좋겠다는 이야기로 기억한다

 

한참 뒤에

문익환과 윤동주가 친구라는 사실을 알고

놀랐다

 

정병욱교수는

고전시가론이란 책을 냈고

예전 문학사상잡지에 이어령교수와 대담도 하고

그렇게 기억되는데

 

어느날

이분이 윤동주 시를 보관하다가 해방후에 출간했고

윤동주와 서울에서 함께 학창시절을 보냈다는

눈물이 뚝뚝흐르는 회고담을 본 적이 있다

 

윤동주 시는

학교 다닐때 배우기 보다는

별밤이란 음악프로에서 아나운서 낭독으로 들은 적이 있고

그후 2000년대 전후에 수능 언어영역 지문에 자주 등장했다

 

어느해 여름

나는 후쿠오카에 간적이 있다

한낮에 워낙 더워서

비행장엔 사람이 드물었다

 

이곳 가막소에서

윤동주가 옥사했다고 들었는데

여기를 놀러왔다니 그게 참

시의 구절처럼 부끄러웠는지

 

공항의자에 앉아

맥주를 한병 마시고 나서

착잡함이 풀렸다

 

어느해나 오월은

슬프고 아리다

 

더운 햇살 속에

전철을 타고 걸음을 보태

윤동주 뮤지컬을 보러 갔다

 

두시간 넘게

노래를 만들고

극본을 만들어낸 사람들의 땀이 보인다

 

윤동주의 시가 워낙

히말라야 같아서 그 사람들이 애쓴 점은

어느 정도 묻혀갈 듯 하다

 

뒤부분에 역시 그런 장면이 등장했다

윤동주가 감옥에서 정체불명의 주사를

사촌 송몽규와 같이 강제로 맞다가 죽어가는 장면...

 

짧은 생애

눈 뜨는 아침마다

식민지의 땅 서울에서

만주에서 일본에서

부끄럽게 살아선지

윤동주는 뮤지컬 내내

부끄럽다는 말을 입에 달았다

 

오늘 살아있는

사람들은 누구나 이 극을 보면

윤동주보다 더 부끄러울거 같고

다만 그 부끄러움을 날이 밝으면

곧 잊을 것이다...

 

우리들은 먹고 산다는 핑게로

가슴에 머리에

무거운 생각이나

지나간 과거를 입력시키는 기능이 매우 약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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