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운몽(九雲夢)

을의 얼굴

guem56 2013. 5. 14. 16:05

 

배를 삼키는 높은 파도가 일거나

갈매기가 물자맥질을 즐기는 평면이거나

심연은 짙푸르고 고요하다던데

 

을의 얼굴은

눈이 오나 비가 오나

잔잔한 미소가 표면을 덮는다

 

배가 아파도

머리가 어지러워도

뒤가 급해도

 

어린이나

어른이나

이웃이나 낯선 사람에게나

버킹검 궁전 앞 근위병 무릎처럼

언제나 자로 잰듯이 잔잔하게 웃는다

 

깊은 밤중

홀로 잠들 무렵이 되면

백팔번뇌가 한순간 부화하여

고통속에 설잠을 자다가

아침이 되면 다시 미소를 짓는다

 

세상에선 이들을 감정노동자라 부르고

언제부턴가 나도 그 줄에 서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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