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운몽(九雲夢)

순대

guem56 2013. 5. 23. 18:49

닐이 저물기도 전에

순대는 내용물을 기다린다

 

오월의 찬란한 태양에

여섯살 어린이처럼 마냥 꿈에 부푼 것도 아니고

 

초중고 학생들이 줄줄이 옥상에서 떨어지고

청년들은 편의점에서 밤을 새우는 세월에 탄식하는 것도 아니고

 

그저

때되기도 전에

부피 큼직하고

뭔가 기름기가 도는

수입산 돼지고기라면 더욱 좋다는

내 순대를 관찰하노라면

초지일관 그 꾸준함에 경의를 표하게 된다

 

세월은 흘러가도 흔들리지 말자던데

오늘도 내 순대는 견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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