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이야기

장쯔이 (일대종사)

guem56 2013. 5. 29. 23:15

 

 언젠가 영화를 보았다

 

바람이 모래를 날리는 사막

 

거기 장국영이

사람들이 꼭 하고 싶은 일이 있으나

스스로는 처리하기 어려운 일을 맡아서 밥을 먹고 살았고

 

바람이 모래를 날리는 날

황약사가 찾아들어 술을 마시고 갔다

 

영화의 스토리는 복잡했다

 

임청하도 그렇고 양조위도 그렇고

어디선가 누구에게 한이 맺혀서

눈매속에 뭔가 서려있었고

 

장만옥 또한 어제도 오늘도 슬픈 얼굴이었다

 

그래서

오래전에 본 이 영화는 어제 본 듯 했고

 

서녘에 노을이 질 때나

멀리 산위에서 한 마리 새가 날아올 때

술을 마시고 다음날 새벽 한시쯤 되었을 때

하늘에 달빛이 밝은 날은

 

더 영화 속의

어떤 사람도 산 사람처럼 눈앞에 어른거렸다

 

세월은 모든 기억과 추억을 녹인다

 

동사서독이

기억에서 희미해지는데

20년의 세월이 흐를 무렵

 

 

량차오웨이와 장쯔이의

일대종사를 구경하게 되었다

 

물론 이영화엔 송혜교도 나온다

 

이십년은 길어서

한국사람들은 이제 중국배우들의 이름을 차이나 식으로 부른다

 

일대종사는

영춘권의 달인 예원(葉問)을 주인공으로 한다

 

좁은 공간에서 손을 잘 쓰는 영춘권은

여인들의 호신권으로 쓰였으나

예원은 영춘권을 가장 강인한 무술로 세상에 알렸다

 

1970년대를 풍미한 쌍절권의 이소룡이 예원의 제자였다

 

예원은 <섭문>이란 영화로 이미 견자단(전쯔단)이 연기하였다

 

여기에선 일본의 중국침략기가

영화상의 시간무대가 되어

섭문이 일본군과 싸우는 과정이 있으나

 

양조위의 일대종사는 내용이 다르며

실제 예원의 일생은 <일대종사>와 더 비슷하다

 

장쯔이는 일대종사에서 양조위와 대결하는 역으로 나온다

 

무술에선 승패를 가리기 어려운 난적으로 등장하나

장쯔이는 기혼상태의 양조위를 연모한다

 

형의권파의 전수자이자 무남독녀인 장쯔이는

아버지의 원수를 갚기위해 과거 사형제와 대결을 벌이고

결투에 이기나 다시는 무술을 할 수 없는 내상을 입는다

 

그리하여 영화 초반부에서 우열을 제대로 가리지 못한

양조위와의 재대결은 무산된다

 

눈이 내리는 날이던가

별이 그리 밝지는 않던 밤이던가

 

장쯔이는 양조위를 만나 길을 걷고 그리고 나서

무슨 말을 다 뱉아내지 못하고 헤어진다

 

현실의 삶에선

장쯔이 역의 궁약매(宮若梅)가 1953년에

예원은 1972년에 서거했다

 

왕가위가 만든 <일대종사>는 동사서독과 닮은 점이 많다

 

절제된 대사

느린 화면

그리고 어두운 색조

 

알듯 모를듯 짓는 미소나

살짝 비치는 안타까운 표정

 

또르르 흐를 듯한 한방울 눈물

 

명화라서 보고 또 봐야 하나

가슴이 아려서 한번 보고 말아야 할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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