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과 삶

평복첩 육기

guem56 2013. 7. 19. 14:10

삼국지에 보면

장판파의 다리에서 장비가 조조의 백만대군을 가로막았다는 이야기가 전한다

그전에 조자룡은 적진에서 미쳐 빠져나오지 못한 유비의 아들 유선을 구하러

단기로 적진을 누비다가 유선을 구해나온다

 

세월이 흘러 적벽대전이 일어난다

유비와 제갈량은 손권 주유와 힘을 합쳐 조조를 이기고 형주를 취하나

 

오나라와 사이가 벌어지고 훗날 형주를 지키던

관우가 오나라 군에 의해 죽게 된다

 

한날 한시에 죽자던 도원결의

관우의 복수를 다짐하며 부하를 독려하던 장비가 어이없이 죽고

유비는 오나라와의 결전을 위해 지금의 충칭에서 양쯔강을 따라 내려간다

 

이를 이릉지전이라 하는데 촉군은 대패하고

유비는 백제성에서 유선을 제갈량에게 부탁하며 눈을 감는다

 

유비군을 맞아 승리를 거둔 장수가 육손이다

육손의 아들이 오나라의 명장 육항이며

육항의 아들이 육기(루지 陸機 261-303)다

 

평복첩은 육기의 작품이다

동진시대 왕희지의 초서 이전에

한나라의 예서를 초서로 쓴것이 장초이고 왕희지의 초서는

새로운 기법으로 금초이다

 

평복첩은 장초의 마지막 모습이다

육기는 뛰어난 문인으로 문부(文賦)를 남겨

서법의 경지가 문기에 눌린다는 말이 있다

 

육기가 20대가 되었을 때 오나라는 망했고

따라서 육기는 사마씨의 서진에서 벼슬을 했으나

팔왕의 난 때 혼란의 와중에서 죽었다

 

1941년 상해에서

부자이며 서화수장자인 장보주(張伯駒 1898-1982)가 납치를 당했다

 

납치범들은

중국 주택 사합원 4천채에 해당하는 거대한 돈을 요구하다가

장보주가 수장하고 있는 <평복첩>을 보내라는 전갈을 보냈다

 

이때 장보주는 부인 판수(潘素)에게

내가 죽어도 평복첩은 보내지 말라는 메시지를 전달했고

지리한 협상 끝에 8개월후 장보주는 거금을 건네고 풀려났다

 

평복첩은

육기가 친구 하순(賀循)에게 병문안을 하는 내용의 편지이다

 

송나라 휘종의 낙관이 있으며 역대 황실에 수장되었다가

중화민국에선 청나라 도광제의 증손인 푸루(溥儒)가 소장하였다

 

어머니 항씨가 위중하자 돈이 필요한 푸루에게

장보주가 거금을 주고 평복첩을 얻었고

항일전쟁시기에 장보주는 다른 서화는 특정장소에 보관했으나

평복첩만은 옷갈피안에 넣어서 바느질을 하고 난후 입고 다녔다는 일화가 있다

 

1956년 장보주는 숱한 수장품과 함께 평복첩을 중국정부에 기증했다

 

평복첩의 내용은 판독이 안되어 오리무중이었다

1960년 치공(啓功 1912-2005)이 판독에 성공했으며

현재 베이징 고궁박물원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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