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과 삶

한유 좌천지남관시질손상

guem56 2013. 10. 24. 16:17

 

 

 

 한유는 늦둥이로 태어나 형과 형수의 보살핌을 받고 자랐다

큰형 한회(韓會)는 아들이 없어 동생 한개(韓介)의 아들을 양자로 받아 키웠고

그 이름이 한노성(老成)이다

 

손이 귀했던 한씨 집안에서

한유는 한노성의 삼촌이나 나이 터울이 적어

서로 형제처럼 보듬고 지냈으나 한노성이 일찍 죽어서

한유는 절절한 슬픔을

<제십이랑문>으로 남겨 후세에 전한다

 

한노성의 아들이 한상(韓湘)이니

한유의 질손이 된다

 

한유는 삼십대 중반에 감찰직을 맡아서

경조윤 이실을 탄핵하다가 귀양길을 간다

두달 걸려 사천리 길을 걸어 광동 양산으로 가서 고생을 한 경험이 있다

 

그로부터 17년 세월이 지나

819년 초겨울

당나라 헌종은 서안 서쪽 펑상현 법문사에 있는

부처진신사리를 궁궐로 들이려 하고

이 일에 대해 한유가 상소를 올려 그 부당함을 지적한다

 

헌종의 노여움을 산 한유는

팔천리 남쪽 조주로 유배를 떠난다

 

집안 자제와 조카 노복들 합해

근 일백여명의 행렬이 추운 겨울

서안의 남쪽 남전현을 지나 종남산 방향의 친링산맥을 넘으니

 

삭풍이 몰아치고 눈발이 날려

열두살 된 한유의 딸이 객사를 하니

길가에 봉분을 만들고 다시 떠나야 하는 처량한 여정이 이어졌다

 

이때

한상이 언덕배기에서 한유를 기다린다

그때의 절절함을 노래한 시가 다음과 같다

 

 

   

   左遷至藍關示侄孫湘

一封朝奏九重天 夕貶潮州路八千

아침에 올린 상소

저녁에 팔천리 조주로 귀양길 떨어져

 

欲爲聖明除弊事 肯將衰朽惜殘年

성상의 그릇된 일을 바로 잡으려 했으나

늙은 몸이 남은 날을 헤아리게 생겼다네

 

雲橫秦嶺家何在 雪擁藍關馬不前

진령의 아득한 구름 내 집은 어디런가

남관의 눈길에 말은 앞으로 나가질 못하네

 

知汝前來應有意 好收吾骨瘴江邊

멀리서 네가 온뜻을 알겠네

먼 남쪽 강기슭에 내 주검을 거둬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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