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이야기

저니스 엔드

guem56 2018. 12. 5. 18:09

레마르크의 <개선문>을 읽은지 30년이 훌쩍 넘었다

그리고 레마르크의 <서부전선 이상없다>를 읽다 만지 역시 30년이 넘었다


두 책을 다 삼중당 문고 그때 돈 200원

짜장면이 100원 내외 할 때니 지금으로 따지면 만원이 조금 넘기도 하다


두 책 다 어디로 갔는지 내 곁에 없다


서부전선 이상없다는 1차대전 당시 프랑스 영국 연합군과 대치한 독일 병사들의 참호전 상황이 소설의 무대이다


며칠 전

인터넷을 돌아다니다가 우연히 영화 <저니스 엔드>를 보았고

이 영화가 1차대전 당시 프랑스 영토에서 독일군과 대치한 영국군의 참호전 상황을 다룬다는 사실을 알았다

이날 따라 몸이 천근만근인데 더 알아낸 설명 내용은


<저니스 엔드 journey'end>는

올해 만든 영국 영화이며 평론가 평이 아주 높은데

한국에서 관객수는 바닥이었고

가장 중요한 정보는 바로 오늘로서 이 고을의 아무개 영화관에선 상영이 끝이란 거였다


급히 파발을 띄워 가끔 영화를 같이 보는

삼월이헌티 혹시 영화를 보시것는가

보다가 조는게 아니라

내용이 단조롭고 밋밋하여 저절로 잠이 들  수도 있다는 사실을 충분히 고지하고....


아무튼 영화를 가게 되었다


이 영화를 보게 된 또 하나의 요인은

작년에 보게 된 영화 덩케르크의 감동이 아직도 생생하여

이 영화도 혹시 그런 명작이 아닌가 하는 기대감이었다


적군과 마주한 참호 안의 상태는 기가 막힐 정도로 불량했다

쥐들이 돌아다니고 장교 숙소란 데가 호롱불에 환기가 잘 안되어 온갖 썩은내가 진동했으니

사병들 숙소는 영화에서 보여주질 않았는데


과거 수십년 전 내가 살았던

뻬치카 내무반은 그야말로 칠성급 호텔이었다


영화를 보면서

저기 저 중대의 장교들과 병사들 중

누가 누가 살아나가나 그게 참 궁금했는데

결과는 참혹했다


소설 <서부전선 이상없다>에서 적군인 프랑스 영국군이 뉘인지 모르듯이

이 영화에서도 적군인 독일군은 거의 나오지 않는다

수십미터 밖에 있다는 독일군 진지에서 트럭이나 사람들이 부산하게 오가는 소리가 들릴 따름이다

고개를 내밀어 빠끔히 구경이라도 할라치면 어김없이 저격수들의 총탄이 날아온다


각 중대는 6일씩 참호를 지키고 기간이 끝나면 약간 후방으로 이동하며

또 서너번 지나면 6일 참호를 지킨다


부대마다 그 6일 동안 전투가 일어나지 않기를 바랄 따름이다


1914년 당시 보스니아 지역을 지배하던 오스트리아의 황태자 부부가 사라예보에서 저격을 당한 사건으로 발생한 1차대전은

영국 프랑스 독일 터키 러시아 등등 많은 나라의 다국적 군이 참여했다


1차대전 종전 된지 올해 100주년이라

현재 유류세 인상으로 데모가 한창 일어나고 있는 프랑스는 각별히 1차대전 종전 100주년 기념식도 했다


한국에게 1차대전이 왜 비극인가는

한국을 침탈한 일본이 이 당시 전승국들과 돈독한 동맹관계란 점이다


독일은 엄청난 배상금을 물었고

러시아 황제일가는 목숨을 잃었고

소비에트 소련이 탄생했다


전쟁 확대의 주인공인 빌헬름 독일황제는 그런 와중에도 만년을 편안하게 보냈다


아무튼 영화 내내

지루한 지하 벙커가 주무대였지만 한 순간도 졸지 않고 매우 긴장한 상태에서

영화를 잘 봤다


중대장 스탠호프를 보좌하는 오스본 중위는 참으로 듬직했고

그런 한계상황에서도 요즘 말로 멘탈갑이었다


20이 안된 신참 롤리 소위는

왜 대영제국이 그렇게 오래 지구촌을 무대로 큰 소리를 치고 살았는지 보여준다


죽을 가능성이 높은 기습전에 높은 계급의 장교들부터 권총 하나 달랑 들고 나가는 장면은

보는 와중에 그저 추웠다


영화를 보고 나니 깊은 밤이었다

배가 몹시 고팠으나 그냥 잤다

내일은 연장 챙겨서 일나가야 하고

내일 일은 좀 맘편하게 하자

그리고 삶이 나를 속일지라도 벨로 앓는 소리 말고 삼시 세끼 잘 먹고 살자

그런 생각을 하면서

밤새 참호 속에서 눅눅한 담요를 덮고 자는 둥 마는 둥 밤을 보냈다~~

 

'영화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콜드 워  (0) 2019.02.19
국가부도의 날  (0) 2018.12.20
악녀 김옥빈  (0) 2017.06.19
황금시대 샤오홍  (0) 2014.10.26
하정우 더 테러 라이브  (0) 2013.08.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