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과 삶

북송시대 3

guem56 2018. 12. 28. 18:43

사람의 성격이나 인품에 대한 평가는 크게 두가지다

여러 사람에 의해 아무개는 이러이러하다 대체로 비슷한 평이 나오는 경우가 있고

한 사람에 대해 인품과 경륜이 있는 사람이다 이런 평이 나오는가 하면

아니다 그 사람은 경륜과 능력은 될지 모르나 보기와는 다르게

음험하고 인품이 안좋은 사람이다

 

이렇게 반대의 평이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는 경우이다

 

왕안석에 대한 당대와 후세의 평은 성인군자요 뛰어난 문사로 보는 견해와

그 반대 견해가 상존하고 아직도 두 가지 양극에 처해있으니

900여년 전에 서거한 왕안석을 다시 부를 수도 없고 난감한 노릇이다

 

한기(韓琦 1008~1075)는 여러 황제를 모신 명재상에다

서하와의 전쟁에서 공을 세운 사람이다

 

마오쩌뚱이 홍군을 이끌고 청평락 육반산 사()를 읊었다는

영하회족자치구가 북송 시대

북송을 괴롭힌 서하의 근거지이다

 

한기는 병력을 이끌고 서하를

아예 복속시키고자 진군했으나 육반산에서 패했다

그러나 계속 서하 주력군을 묶어두고 서쪽 변경을 튼튼하게 한 공이 있었다

 

왕안석이 20대 초반 벼슬살이를 시작한 때

한기는 양자강이 흐르는 양저우가 부임지였고

여기에 왕안석이 새파란 나이에 부하로 배속되었다

 

왕안석은 책읽기가 지나쳐서 침식을 잊고 책을 읽다보니

새벽녘에 옷입은 채로 잠시 의자에서 자다가

해가 뜨고 나면 출근시간에 부리나케 오느라 세수도 못하고 관청에 나오는 날이 많았다

 

한기는 왕안석이 젊은 나이라 매일 술에 절어 사는 줄 알고

세월을 아껴 공부를 하라고 일렀다

 

이때 왕안석은 아무 변명도 하지 않고 나중에

한공은 나의 진면목을 모르는 사람이라고 하였다는 일화가 전한다

 

훗날 왕안석이 서책에 빠져 그렇다는 사실을 인지한 한기는 그래도 그렇지 사람이

의관이나 기본으로 할 일은 하고 살아야 하는게 도리라 하여

내심 왕안석을 탐탁하게 여기지 않았다

 

아래의 <출성>은 이 당시 왕안석이 자신의 심경을 읊은 시다

 

거칠게 그 뜻을 옮기면 이렇다

 

....................

 

<왕안석>는 시골 사람이라 들판에 나가면 흥이 난다

세상에 나가 크게 뜻을 펼칠 마음은 있으나

세상에 쓰일만한 시재가 없구나

 

(재주는 있으나 임기응변이나 옷차림이 나빠

진정으로 나를 알알아주는 사람을 못 만나는구나 )

 

우연히 하급 벼슬살이 하는 성을 나와 교외에서 온갖 먼지를 등지니

갑자기 산하의 자연이 눈에 들어와 시원하구나

 

出城(출성)

 

慣作野人多野興(관작야인다야흥)

欲爲時用少時材(욕위시용소시재)

出城偶與沙塵背(출성우여사진배)

轉覺溪山入眼來(전각계산입안래)

 

짧은 시인데

<왕안석>의 실력에 대한 자부심과 이런 인재를 알아주지 않는

세상에 대한 불만이 드러나 있다

 

당송 팔대가의 한사람인 소순(蘇洵, 1009~1066)

변간론(辨姦論)을 지었다

간신을 구별하는 법을 글로 지은 것이다

 

고문관지(古文觀止)에 전하는 변간론에 이런 구절이 있다

 

衣臣虜之衣(의신로지의) : 노예와 같은 천한 사람의 옷을 입고

食犬彘之食(식견체지식) : 개와 돼지가 먹는 음식을 먹으며

囚首喪面而談詩書(수수상면이담시서) : 죄수처럼 머리를 빗지 않고 상 당한 사람처럼 더러운 얼굴을 하고서 시경과 서경을 이야기하고 있으니

此豈其情也哉(차기기정야재) : 이것이 어찌 인지상정에 맞는다는 말인가

 

변간론은 누군가 지은 위작이란 설도 있으나

여기 한 사람의 옷을 입거나 음식 먹는 습관을 지적한 내용으로 보아

소순이 지목한 간신이 바로 왕안석이라 한다

 

소순은 이런 사람을 중용하면 천하가 해를 입는다는 구절로 글을 맺었다

 

소순의 아들 소식은 황저우 유배가 풀린 후에 양자강을 따라 배로 내려가다가

난징 교외에서 은퇴후 살아가는 왕안석을 찾아서 시문을 주고 받고 회포를 풀은 사실로 보아

신법시행과 정치적 견해와는 별도로

왕안석과 돈독한 친분이 있다고도 볼 수 있는데

소순은 왜 이렇게 가혹한 평을 내렸는지 그 전후사정은 자세하지 않다

 

역사는 흐르고 이런 저간의 사정은 오늘날도

미국이나 중국이나 한국에서 비슷하게 일어난다

 

어느 시대에 누가 어떻게 살았는지 들여다 보면서 겨울밤이 흘러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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