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과 삶

북송 8

guem56 2019. 1. 3. 18:52

1086년 가을

북송 재상 사마광이 서거했다

 

수도 카이펑의 백성들의 애도는 하늘을 덮었다

생업을 접고 조문을 했으며

어떤 집에서는 제수를 마련해서 제사를 올렸다

 

사마광의 고향 하()현에서 장례를 할 때

수천의 백성들이 모여들어 곡을 했다고 당시 조정에서 파견된

관리들이 기록을 했다

 

추모의 념은 끊이질 않아

전국 각지에서 사마광의 초상을 집안에 모시고

날마다 기도를 올렸다

 

하여 사마광의 상을 그린 화공들이 부자가 되었다는 설이 있다

 

당나라 때 한유가 서울 장안에서 유배를

남서쪽 조주로 8000리 길을 갔는데

그때 거느린 일가 식솔들이 수십인 이었다는 이야기가 있거니와

하루 80리 길을 부지런히 가면 석 달 열흘이 걸렸다고 한다

한유는 이 와중에 딸을 잃었다

 

지금의 광서 광동 경계지역에 펑저우(封州)가 있다

여기 주민 몇이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우리가 사마공이 돌아가셨는데 가만 있으면 되겠는가 하여

 

그야말로 7,8천리 길을 와서 조문했다 하니

가히 백성들이 사마광을 어떻게 존경했는지

측량 불가이고

세상엔 별일이 다 있다

 

사마광은 역사가 이전에 정치가인데

높은 인덕과 백성의 이런 저런 사정을 어루만지는 자비심이 넘치는

인물이었던가 보다

 

소동파는 사마광의 행장을 지으며

오늘날 사마광이 저렇게 수많은 백성들의 사랑을 받고

바르고 곧은 충신의 본보기로 세상을 살다 떠난 배후에

사마광의 800여년전 조상님인 사마부(司馬孚 180~272)가 있음을

콕 지적했다

 

황건적의 난이 일어나는 등 한나라 국운이 나날이

쇠할 무렵

서울시장급에 해당하는 경조윤을 지낸 사마방이란 사람이 있었다

이사람은 조조 편에 섰다

 

사마방은 아들이 여덟인데

하나같이 문무를 겸비하여 세상에선 이들의 호에 달()자가 있다하여

팔달이라고 불렀다

 

우리는 어렸을 때부터

삼국지를 만화로 영화로 글로 읽으면서 살았다

백야 김좌진 장군 북한의 김일성 그리고 중국의 모택동 또한

삼국연의의 열렬한 애독자란 이야기가 있다

 

삼국지를 읽으면 제갈량의 충정에 눈물을 흘리고

제갈량의 6번 북벌을 막아낸 사마중달(사마의)를 미워하게 된다

 

바로 사마방의 팔달 중 둘째 아들이 사마의다

사마중달은 아들 사마소와 함께 북진하는 제갈공명의 촉군과 오래 전투를 했다

 

사마중달의 바로 아래 동생이 사마숙달(사마부)

북송 사마광의 직계 조상님이시다

 

사마부는 시안 서쪽의 오장원에서 벌어진 촉군과의 오랜 전투에

병참과 군비 강화를 위한 계책을 냈으며

오나라와의 전쟁에 직접 지휘관으로 참여하여 큰 공을 세웠다

 

그런데 왜 이 사마부는 역사에서 칭송되는가?

 

병권을 장악한 사마의와 사마소 부자는

위나라 조씨 정권을 허수아비로 만들고

마침내 사마소 아들 사마염은 진나라를 세운다

 

이 와중에 위나라 황제 조모(曹髦)가 피살되었다

허수아비 황제로 지내다 궁궐안 소수의 군사를 이끌고 사마씨 일족을

토벌하려 한 조모는 허무하게 죽었다

 

아무도 나서는 이 없었으나

사마부는 당시 실권자인 조카 사마소에게 압력을 가하고 장례를 치렀다

 

또한 조모가 죽자 사마소는 천하 백성들의 눈치를 살피느라

다시 조환을 황제로 세웠고 얼마후

왕으로 강등시켜 하북성 한단 근처로 내쫓았다

 

황제의 수레가 떠날 적에

여든이 넘은 노인 사마부가

달려와 눈물을 흘리며 황제의 손을 잡고 이런 말을 했다

 

저는 죽는 날까지 위나라 충신으로 살다 갑니다(我到死魏忠臣)

 

국운은 하늘이 안다

위나라 망하고 진나라도 망했다

 

후인들은 제갈량과 관우를 기려

여러 곳에 무후사를 짓고 관묘를 만들었으나

사마씨를 기리지는 않는다

 

다만 사마 팔달 중에 사마부만이 역사에서

충신으로 남는다

 

소동파가 볼 때 바로 이런 충절의 피가

사마광에게 흘렀다는 것이다

 

카페 <낼 아침은 무얼 먹나>에서

배도 고프고 눈도 침침하매

얼릉 두부 구워 쇠주 한 사발을 맘에 두고

비설 적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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