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과 삶

북송 9

guem56 2019. 1. 4. 17:28

당나라 시인 맹호연이 녹문산에 살았다던데

역시 녹문 근처에 살았던 미불이 녹문거사라 호를 붙였다

 

미불은 나중에 양저우 남쪽 전장으로 이사가서

베이구산(北固) 어름에 작은 동산 비스름한 정원겸 거주지를 만들고

해악산이라 하고 해악외사라 또 호를 붙였다

 

나중에 예부원외랑 벼슬을 했는데 예부를 남궁 또는 춘원이라 하여

미불은 세상에선 미남궁으로 부르기도 한다

 

송나라 신종이 아기로 태어날 무렵


미불의 어머니가

신종 어머니 궁궐안 고태후 처소에 머물렀는데

신종 탄생시 요즘말로 하면 산파 역할을 했다고도 하고

신종의 유모였다는 설도 있다

 

이런 인연으로 신종의 배려로 미불이 여러 지방관을 했다는 설이 있다

미불은 돌과 벼루를 애장하고 여러 기행을 했다

그러나 학문과 서예에 힘을 썼다

 

안진경 우세남 등의 글씨를 보다가 특히 유공권 글씨를 좋아했고

나중엔 왕희지 왕헌지 부자 글씨를 날마다 임모해서

잠자기 전에 머리맡에 서화전적을 모신 상자를 두고 어루만진 뒤

잠들었다는 말이 있다

 

1082년 당시 황저우에 귀양살이 하던 소동파를 찾아가

인증을 받고 더 열심히 글씨를 썼다고 한다

 

명나라 때 송렴(宋濂)은 특히 미불을 높이 치켜세웠다

 

...미불의 글씨는 이태백이 취중에 시를 짓는 듯하다

법에 얽매이지 않고 자연스럽게 토해낸 듯하다...

 

미불은 나중에 서화애호가인 송 휘종을 알현하고

서법을 논하기도 하는데

호사가들은 이를 들어 가뜩이나 정사에 관심이 적은

휘종을 서화에 더 탐닉하게 만들었다고도 말한다

 

미불의 촉소첩은 사천 지방에서 나는 비단에 쓴 글씨다

초계시첩과 함께 글씨를 떠나 시의 격이 대단하다

 

예전에 미불의 촉소첩과 초계시첩을 보고

그 뜻을 제대로 몰라 미불의 다른 문장들은 어떤게 있나

찾아보니

 

학계나 서화계에 연이 전무한 내가 알아볼 길이 없어

몰라라 하던 중에 우연히 미불의 시와 문장이 담긴 미불집을 구했다

 

올 봄에 올 가을에 읽어야지 하다가 강산이 변했다

술에 절은 중늙은이가 되어 가는 와중이라

세월이 야속하다기 보다는 자책을 할 일이다

 

미불은 위로 두 스승겸 선배인 소식과 황산곡에 깊은 영향을 받았고

스스로 두 사람의 장()을 취했다고 은근히 자부했다

 

황산곡의 시와 사를 읽다보면

왕유의 시가 그림이요 그림이 시란 분위기와는 약간 다르게

역시 시가 그림이요 그림이 시란 분위기가 있고

미불 또한 그러하다

 

조선조 서정태 김정희 선생등 무수한 선비들이 미불의 글과 글씨 그림을 완상했다

 

미불은 전 해 는 별로이고 행과 초에 능했다 하나

눈 밝은 사람들의 평으로는

 

먹물이 날아갈 듯 빨리 쓰는 와중에 획마다

육조 비석에 새겨진 강인한 획의 기운이 있다고도 했다

 

그런데 내 생각에 10

사립문 닫아걸고 한번 공부를 해본다 치면

미불의 글씨는 10분의 1을 따라갈 듯 하나

그 시는 100분의 1을 따라할 듯 하다

 

카페 <밥은 꾸역꾸역 잘도 먹고>에서

비설 적노라

 


'글과 삶' 카테고리의 다른 글

북송 12  (0) 2019.01.07
북송 11  (0) 2019.01.06
북송 8  (0) 2019.01.03
1689년에  (0) 2019.01.02
북송 7  (0) 2019.01.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