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과 삶

북송 14

guem56 2019. 1. 9. 15:28

소동파는 1079년 황저우로 귀양살이를 떠났다

벼슬직함은 황주단련부사였는데

 

관사도 녹봉도 없었다

소식은 물론 딸린 식솔들

먹을거리가 당장 문제였다

 

그 옛날

고등학교 한문교과서에서

전적벽부 앞구절을 만났다

 

임술지추 칠월 기망에 소자는 여객하고 범주유어적벽지하...

(壬戌之秋 七月 旣望 蘇子 與客 泛舟遊於赤壁之下...)

 

이런 식으로 몇 구절 수록되었는데

 

또 국어교과서에서

우화이등선이란 구절을 만났다

 

임술년은 1082년을 말한다

 

소동파 살던 동네에 조그만 언덕을 동파라 불렀고

소동파는 이를 자신의 호로 삼았다

 

당시의 생활에 대해 이렇게 기술했다

 

.....내가 황주에 온지 2

날이 갈수록 먹고 사는게 힘들었는데

 

이 지역 태수인 마정경이 내 친구다

그가 과거에 군영지로 쓰던 묵은 땅을 선처해 주어

그 땅을 직접 갈아 농사를 지었다

 

땅은 버려진지 오래라

가시와 자갈 벽돌이 널브러져 있었고

마침 그 해 큰 가뭄이 들었다

 

개간이 몹시 힘들어 힘이 다 빠져

쟁기를 놓으며 탄식하다 시 한편 지어

스스로의 노고를 위로했다

 

그런데 나중에 거기서 소출이 나오니

당시의 고통을 잊게 되었다.....

 

余至黃二年 日以困匿 故人馬正卿哀余之食

爲郡中情故營地數十畝 使得躬耕其中

地旣久荒 爲茨棘瓦礫之場 而歲又大旱

墾闢之勞 筋力殆盡 釋來而歎 乃作是詩

自愍其勤 庶幾來歲之入 忽忘其勞焉

 

동파는 이 때의 사정을

동파8수란 시로 읊었는데

그 중 한 수는 다음과 같다

 

....버려진 땅을 아무도 돌보지 않으니

무너진 담장에 쑥대와 잡풀 천지라

 

해가 가도 땀흘린 댓가가 없을진대

누가 여기 와서 힘을 쓰겠는가

 

나같은 천하에 아무데도

도망갈 데 없는 외로운 사람이

 

잡초 우거진 이 땅을 개간해

한 뙈기 밥을 만들지니

 

쟁기를 놓으며 한숨 짓는다네

언제 창고에 곡식을 들여놓을까....

 

東坡八首

 

廢壘無人顧 頹垣滿蓬蒿

誰能捐筋力 歲晩不償勞

 

獨有孤旅人 天窮無所逃

端來拾瓦礫 歲旱土不膏

崎嶇草棘中 欲括一村毛

喟然釋耒歎 我廩何時高

 

이런 분위기를 보면

강진 바닷가 근처에 귀양간 다산이나

서귀포 근처에 귀양간 추사선생이

역시 왜 그래

소동파 글을 읽고 또 읽었는지 이해가 간다

 

다산 선생은 무려 18년 유배가 풀린 뒤

양수리 근처로 왔을 때

벼슬길 막힌 두 아들이 농사를 잘 해서

의식주 비교적 여유가 있었으나

 

추사 선생은 제주와 북청 두 유배 생활 뒤 끝에

가산이 없어서 노년에

제사 지내는 일이며 먹고 사는 일에 매우 어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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