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man

화가 장대천 (4)

guem56 2021. 7. 23. 16:36

명나라가 망하고 청나라가 들어서자

석도(石濤)는 세속을 등지고 불문에 들었다

 

산수화 화조화 난초 대나무 등 여러 소재로

많은 그림을 남겼으나 산수화가 가장 유명하다

 

20세기 현존하는 석도의 그림은 수백여점으로

알려져 있으나 여기 저기 전세계에 흩어져 있는데다

모방작이 많아 석도 진적이 나왔다 하면

진품인지 아닌지 늘 전문감식인들이 야단법석을 떨었다

 

스승 증선생과 이선생이 모두 석도의 작품을 좋아하니

장대천 또한 석도 그림에 푹빠져

석도 그림을 보면 거의 다 따라 그렸다....

 

장대천이 어느날 이서청 선생 댁에서

그림 공부를 하던 시절

 

그 이름 대단한 황빈홍 선생이 손님으로 왔다

 

마침 이서청 선생은

어디선가 석도의 산수화 한 폭을 구해 감상하는 중이었다

 

너무 부러워 군침을 흘리던 황빈홍은

며칠 뒤 상해시내 고서화점을 뒤져

어렵사리 석도 진품 한점을 큰 돈을 주고 구했다

 

기분이 삼삼해지신 황선생은 그 작품을 들고

날아갈 듯이

이서청 선생집을 찾았다

 

자랑하기 위해서다

그런데....장대천이 자세히 작품을 보니

아하..이런 일이

 

이 작품은 얼마전에 자신이 석도의 그림을

모방해서 그린 것이었다

 

장대천은 이러저러한 곡절을 말하고

저 그림은 제가 그린 것이오니

황대인께서는 이런 사정을 살펴주시기 바랍니다

 

황빈홍 선생은 대인배였다

거의 40년 후학인 젊은 청년 장대천의 솜씨를

몹시 칭찬했다

 

또한 이런 일이 있었다

베이징에 유명한 서화가이며 수장가인

진반정(陣半丁)이 어느날

석도의 화책(畵冊)을 손에 넣었다

 

여러 서화가들을 초청해서

진선생은 석도의 화첩을 감상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장대천이 이때 북경에 있었던 지라

알만한 서화가의 소개를 통해

명사들이 즐비한 그 감상회 말석에 자리하게 되었다

 

마치 등왕각의 왕발이요

남원 사또 하우스의 이도령이었나니...

 

한층 진선생이

이 귀중한 화첩이 어떻게 나의 손에....들어오고...

방송이 한창 무르익을 무렵인가

 

장대천이 손을 들어

그런디 이 화책은 제가 석도선생의 그림을 보고

모사하여 만든 것인디유.....

 

찬물 한트럭이 장중에 뿌려졌다

 

반신반의하던 청중들이

장대천을 무식한 불한당인가 몰아부쳤으나

 

이후 진행된

 

냉혹한 검증과정에서리...

 

장대천은 각 그림에 있는 발문이며

작은 인장들을 하나 하나 설명하니

 

석도의 진품에 귀신같이 닮았으나

다름아닌 장대천의 모방작이었고

그가 그린 여러 그림을 편집한 책이 분명했다

 

분노가 차올라 부르르 떨던

진선생은 바닥에 안경을 깨먹었다는 스토리가 전한다

 

아무튼 장대천은 신묘한 솜씨로

석도의 작품들을 진품 인정수준으로

많이 생산하였고

그의 이름은 점점 유명해졌다...

 

<다음회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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