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과 삶

박인환 목마와 숙녀

guem56 2010. 9. 3. 18:01

 오래 전

FM보다는 잘 들으면 문풍지 바람에 떠는 소리가 섞인

AM이 대세를 이루던 시절

 

밤 11시인가 별이 빛나는 밤에란 라디오 프로가 있었고

거기선 시도 때도 없이

홍콩노래 one summer night....

박인희의 낭송

목마와 숙녀가 흘러 나왔다

 

홍천을 거쳐 인제 백담사로 가는 길은

동해바다로 가는 피서차량으로 여름엔 늘 붐볐다

더구나

십이선녀탕에서 용대리 지나는 길목인지

예전엔 단일로가 있어서

군인들이 지키고 있다가 한쪽 차량이 줄지어 나오면 다른 쪽 차량들을 보내주어

유장한 여름해처럼 갈길이 멀었는데

 

그시절부터 10여년을 이런 저런 이유로

인제와 원통을 버스로 지나다녔는데

언제부턴가 길이 좋아지고

내린천이 합류하는 합강에는 번지점프대도 들어섰다

 

그 인제읍내 강가에

목마와 숙녀를 지어낸 박인환의 생가터가 있다는 사실을

요즘에야 알았다

 

가난과 병으로 고생고생하다

별세한 김유정

그 이름을 딴 기차역과

초가얹은 김유정마을에

어린아이며 찾아오는 이들이 북적이는데

 

박인환기념관도 곧 들어선다 하니

전쟁후의 가난과 술에 스러진 그의 젊음과

반짝이는 재능이 한뼘이라도 덜 아쉬울 것이다

 

세상을 뜨기 한 해 전에

그는 배를 타고 미국을 다녀왔으며

태평양 선상에서 이런 구절을 읊었다

 

................

옛날 불안을 이야기 했었을 때

이 바다에선 포함이 가라앉고

수십만의 인간이 죽었다

어두침침한 조용한 바다에서 모든 것은 잠이 들었다

그렇다. 나는 지금 무엇을 의식하고 있는가?

단지 살아 있다는 것만으로써

(시 ... 태평양에서...의 한구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