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운몽(九雲夢)

고래야 .... 탑밴드...

guem56 2012. 7. 15. 03:54

여름의 한가운데

칠월의 밤에

 

비는 11월의 늦가을처럼

추적추적 내리는데...

 

오래전 봉의산 자락아래

백합여고

풋풋한 여학생들이

깜정 치마에

하얀 예리를 받쳐입고

고개를 오르내리던 골목

 

골목가에

마루바닥이 삐걱거리던

오래된 료칸 동해 여관

그 옆에

 

묵향이 그윽한 난정(蘭亭)

 

흑점이 제멋대로 흩어진

담요위 흰 화선지

현비탑비문을 적을 때는

 

송창식의

동해바다 고래 노래가 들렸다

왜불러도 그때 누군가 흥얼거리거나

왕만두집이나 퇴근길 부대찌개

냄새 건너 레코드 가게에서

 

물먹인 흰붕대에 부대끼며

검은 음반이 돌았다

 

이제 다시는 나를 부르지도 마...

 

절강성 소흥의 산음

거기 압록강 위쪽 광개토왕이 말달리던 시절 전에

왕희지 왕헌지 부자가 살았고

 

나는 쾌설당시첩을 보며

글자마다 이어짐이 끊어짐을 잊어버린

유장한 연속선을 보며

유상곡수와 포석정을 생각했다

 

<고래야>

그들의 노랫가락도

끊어짐을 잊은 듯

불협화음같으면서

고개나 굽이를 잘도 넘어갔다

 

귀의 레벨이 얕은 청중은

세월이 흘러야 그들의 노래에

감동할 것이다

 

신대철 샘의 말쌈처럼

세상은 넓고

하여 해외로 나가길 바란다

 

먹고 사는 일에 치여

음악을 들어본지 오래

여전히 내 귀는 그들의 화음보다

값이 싸다.......

 

<예리>는 일본말이라 하는데

빨간약 아까징키처럼

할머니 쓰시던 말이라

잊혀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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