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악산 구룡사<Quatre-vingt-quatorze> 치악산 구룡사 가는길 여름비가 장하게 내리사 계곡 물소리 마주 앉은 벗의 말소리에 섞여 드는데 웃는 얼굴을 안주삼아 밤새도록 한 잔은 입에 붓고 한잔은 바닥에 흘린다네 자고 일어나 보면 기억도 안나고 줄거리가 부실한 말들이 그래 줄기차게 쏟아짐은 고단한 삶에서 부대낀 흔적을 밤새 하이.. 나의 이야기 2011.07.03
오징어<Quatre-vingt-sept> 사람의 미각은 머리의 계산보다 더 예민할 때가 있다 비오는 밤에 나는 오징어 파는 선술집을 지나다가 들어가서 오징어를 혼자 먹었다 동해안에서 오징어가 많이 잡혀도 오징어 접시위엔 양이 늘지 않는다 소비자는 언제나 극점에 있을 뿐 어획량에 따른 기울기의 변화율에 영향을 받지 못한다 얇게.. 나의 이야기 2011.06.25
할아버지의 말씀...거울과 얼굴<Quatre-vingt-duex> 산에서 나무를 베어오시는 늦은 가을 밭에서 옥수수를 거두시던 뜨거운 여름 할아버지는 표정이 없으셨고 가끔씩 나에게 이르셨다 사내는 거울을 보들 않으며 풀에 낫을 대다 어쩌다 손에 피가 흐르면 쓰윽 닦을 뿐이란다 먼산을 보고 구름이 가는 모양따라 뭉게 뭉게 네 꿈을 피어올려 머나먼 서울.. 나의 이야기 2011.06.22
매화<Quatre-vingt-duex> 한잔의 술을 마시고 이른 새벽 머리는 몽롱하나 손은 말을 듣던 시간 나는 늘 매화를 그렸다 매화를 그린 시간은 짧았으나 매화가 사는 시간은 길었다 주인이 게을러서 물을 오래 못 씌운 매화는 말라죽을뻔 했으나 말라죽기 전에 심성이 한결같지 않은 주인을 만나선지 종이가 구겨지고 매화 역시 갈.. 나의 이야기 2011.06.22
최문순과 등록금<Soixante-dix-huit> 주문진에 가면 석양이 아름다운 호수 향호가 있다 향호 3교 다리 아래로 호수물은 모래를 가르고 바다로 빠져나간다 그 아래 물이 얕아 어린이가 뛰어 놀수 있는 소돌 해수욕장이 있고 더 내려가면 흔할 땐 꽁치가 100마리에 만원 한다는 주문진 시장이 있다 여름에 가면 물회가 있고 겨울에 가면 연탄.. 나의 이야기 2011.06.17
산티아고 가는 길<Soixante-douze> 바다는 색이 조금씩 다르다 모래밭이 넓은 바다는 물가의 바닥이 모래 빛이 나고 경사가 급하여 물이 깊은 바다는 푸른색이 짙어 검은 빛이 난다 파랗고 눈이 닿는 곳마다 푸른 바다색은 사람을 해변에 붙들어 둔다 강릉을 내려가 죽서루 오십천을 더 지나가면 울진 가기전에 근덕을 거쳐 호산이 있다 .. 나의 이야기 2011.06.10
오세암<Soixante-dix> 전기가 없던 때 어두우면 호롱불을 켜거나 초를 켰다 산을 오르고 산사에 들면 공양간 벽에 그을은 검은 불의 잔해를 보노라면 세월을 읽을 수 있고 언제 걸렸는지 알수 없는 무쇠솥이 인간 평생살이를 장난스럽게 웃는 듯 하다 오세암 내설악을 흐르는 숱한 물굽이를 봉정암쪽으로 지나다 산으로 들.. 나의 이야기 2011.06.08
교룡출해(蛟龍出海)<Soixante-duex> 내 가슴에 깊은 슬픔의 강이 흘러 칠년 가뭄에도 강물 한방울 줄지를 않고 구년 홍수에도 강물 한방울 늘지를 않더니 그리 견고한 슬픔에도 밥은 넘기고 때가 되면 눈을 뜨니 잠은 자는거 같더니 언제부턴가 나도 모르게 그 깊고 넓은 강줄기가 말라 붙었다 유비가 조조에게서 벗어날 때 호출뇌롱(虎.. 나의 이야기 2011.05.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