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틀과 물레 삼을 삶던 날 부여 은산 새벽 우시장이 서던 때 소를 몰고 멀리서 나온 아저씨들은 10원 내고 뜨끈한 장터 국수를 후르륵 들이 마셨다던데 유치리 소를 몰아 삼마치 고개를 넘고 연봉 다리를 건너 먼길 다니던 때 겨울엔 쇠죽을 끓이고 봄여름엔 꼴을 베어 먹인 정든 소를 떠나보내는 날이라 발걸음보.. 유치리 이야기 2012.06.30
내린천 가는 길에 구룡령 서쪽 자락에서 아홉살이 고개 동쪽 골짜기에서 내려오는 물이 섞이고 김부리 고개 너머너머 산굽이마다 실개천 물까지 보태서 내린천이 흘러간다 하남을 지나 기린으로 가면 물줄기는 기린중고등학교를 돌아나간다 맑고 파란 그 물줄기에 꺽지와 피라미 부러지가 산다 더운 여.. 유치리 이야기 2012.06.23
유치리 감자송편 감자꽃이 피고 무당벌레가 날아다니고 초여름이 오면 아저씨들은 맥고모자를 쓰고 호미로 감자를 캤다 감자는 더러 범벅이 되고 더러 검은색도 아니고 갈색도 아닌 키가 얕고 넓적한 항아리에 들어앉아 왜그런지 우물가에서 푹푹 썩어갔다 감잣가루를 만든다고 했다 더운 여름 쫄깃하.. 유치리 이야기 2012.06.22
뽕나무와 누에 후저우 샤오롄좡(小蓮莊) 매화학교에 처음 갔을 때 서병희 선생님이 담임하시던 1학년 교실은 운동장 다음 큰 교사 뒤편에 교실 두 개만 달랑 있는 초가집 건물이었고 창문이 유리가 아니라 얇은 세사 철망이었다 1,2,3학년을 저학년이라 했고 4,5,6학년을 고학년이라 했다 나는 어서 고학년이 되고 싶었는데 그 이.. 유치리 이야기 2012.06.01
아웅산 수치 킹스컵 축구.... 아웅산 수치 여사가 24년만에 랭군을 떠나 태국으로 외국 나들이를 갔다 한국 사람들이 많이 놀러가는 방콕 거기서 자동차로 두시간 정도 야자수가 정처없이 아무렇게나 서있는 길을 가면 해변가 파타야가 나온다 전해오는 말로는 베트남 미군들에게 병참과 휴양지 역할을 위해 미군이 .. 유치리 이야기 2012.05.31
넓은 오동나무 잎 쟁기날에 엎어진 흙은 아지랑이를 피워내고 멍에진 소는 더운 김을 뿜어낼 새 봄이 살아나면 매화학교 장터쪽 울타리엔 벚꽃이 흐드러져 향이 십리로 퍼진다 삼월도 사월도 그렇게 가고 벚나무 열매가 붉은 색 보라 빛 검은 몽오리로 앉을 때 오월이 푸르러 금은산 저수지 둑아래 넓은 .. 유치리 이야기 2012.05.23
유치리의 텔레비전 일본항공(JAL) 요도호 사건 개울건너 상화터 저수지 둑이 희미하게 보이면 밤이 되었다 유치리엔 집집마다 어둠이 밀려오고 방안엔 호롱불 심지위에 성냥불이 옮아붙었다 전기는 아직 들어오지 않았다 어느 해 매화학교 숙직실에 텔레비전이 들어왔고 요란한 굉음을 내는 발동기가 텔레비전 시청 전기공급용으로 .. 유치리 이야기 2012.05.16
시동리 더렁산 취나물 오래된 기억의 저편에 산이름 하나가 수십년을 맴도는데 자유 지키러 청년들이 M1총을 메고 미군 수송선에 실려 베트남 가던 때 할아버지와 할머니 재숙이 할머니 그리고 뒷마을 방축 여러 분들이 아침 일찍 나물을 뜯으러 가셨다 해마다 봄이 오면 그런 행사가 있는지 그해 봄따라 그렇.. 유치리 이야기 2012.05.08
매미 우는 나무 그늘 아래 평행봉(36) 이월 매화향이 아련히 날아오고 진달래 철쭉이 뒷동산을 덮을 때 아지랑이가 누렁소 두마리가 지나간 밭이랑에 땅에 지진이 난듯이 피어오를 때 진흙벽돌담은 바람에 흩날리는 살구꽃으로 덮이고 신작로 건너 무논에는 점점이 검은 깨알같던 개구리 알이 올챙이 되어 보뚜렁 물골 따라 .. 유치리 이야기 2012.05.04
용문사 가는길 상원암 (열 다섯) 화로에 재를 다시 한번 잘 덮고 아랫방으로 내려오신 할머니는 남포불을 끄시고 난후 심지에서 나는 석유냄새 속에서 나무관셈보살 한번 천천히 말씀하시고 주무셨다 시골 겨울 밤은 길고 긴데 뒷동네 재훈이형 할머니가 놀러 오셔서 아무 내기도 없는 민화투라도 치는 날이면 .. 유치리 이야기 2012.02.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