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츨라프 하벨 <Cent quatre-vingt-seize 196> 요즘 김상희의 노란 샤쓰 입은 이런 노래가 텔레비젼에 광고로 나온다 단벌신사 그리고 조미미의 <바다가 육지라면> 그런 노래가 누런 색 스피커에서 흘러 나올 무렵 유치리 살구꽃 피던 집에는 National이라는 상표가 달린 작은 트랜지스터 라디오가 들어왔고 거기서 어느날 .. 유치리 이야기 2011.12.21
홍천강.......제곡리 최승희<Cent quatre-vingt-huit 188> 가을 찬바람 불고 외양간 위에 하늘 높은 밤나무가 밤송이를 다 떨구면 아침 초가 지붕엔 고드름이 달리고 까막 까치 소리 새벽 닭울음이어 멀리 퍼지는데 먼산 금은산은 흰눈에 덮여 아스라 하고 긴 긴 여름날 허연 물줄기를 뿜어내던 저수지는 고요에 젖어든다 봄여름 황새가 .. 유치리 이야기 2011.12.10
제비집 <Cent soixante-sept 167> 겨우내 외양간에서 웅크리던 소가 쟁기를 끌면 땅은 아지랑이 같은 땅숨을 토해내고 해가 길어질 때 제비는 유치리 내집으로 온다 시동사람들은 다른 새는 다 쫓아내고 겨울엔 참새를 잡지만 제비는 건드리지 않는다 아이들이 행여 제비에게 작은 돌멩이라도 던지면 할아버지들의 불호령을 맞는다 .. 유치리 이야기 2011.10.26
옥수수<Cent vingt-sept 127> 비가 많이 와도 옥수수는 자라나 보다 강릉에 위촌리 그 마을 사람들은 위추리라 하던데 위추리 옥수수와 단풍이나 낙엽을 밟고 사는 동네인지 홍천 답풍리 그리고 또 어디선가 세 군데에서 옥수수 담은 자루가 우리집으로 왔다 옥수수를 찌면 단 내가 난다 소금을 조금 넣기도 하고 설탕을 넣어 삶기.. 유치리 이야기 2011.08.17
장마<Cent vingt et un 121> 7월 내내 비가 내리더니 팔월에도 맑은 날이 드물다 오늘 아침에는 해가 났으나 어제 밤새도록 비가 내렸다 70년대 겨울은 춥고 여름은 더웠으나 지금보다 더위가 짧았고 비오는 기간도 소나기 퍼붓는 날이 적은 듯 했다 금은산 아래로 먹구름이 짙어지면 천둥과 번개가 요란하게 치고 굵은 빗줄기가 .. 유치리 이야기 2011.08.08
야신본색<Quatre-vingt-onze> 야구 하면 무엇이 생각나는가? 야구하는 동호인들이 늘어서 연습하고 시합하는 야구장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라고 난리다 누구나 좋아하는 선수가 있고 잊을 수 없는 경기가 또한 있다 그 옛날 최동원 선수가 7차전 마지막 등판해서 우승한 롯데의 경기를 길을 지나다 어느 골목에서 보았다 한미대.. 유치리 이야기 2011.06.30
유치리 나의 집<Quatre-vingt-neuf> 새벽안개 피어오르는 강가에서 그대 무엇을 생각하는가? 오래 된 나의 집 집을 생각한다 금은산 아래 저수지 둑이 아련히 보이고 그 아래 점점이 모내기 하는 사람들이 어수선하던 봄이 가면 키자란 모가 푸른 빛을 반짝이는 초여름 저녁엔 금은산에 도깨비불이 번쩍번쩍하는데 나는 그게 왜 그리 번.. 유치리 이야기 2011.06.28
쇠똥구리<Soixante-vingt-six> 비가 오면 개미들은 바쁜거 같다 이건 내 생각이다 나는 개미의 생태를 잘 모른다 매화학교 옆에 살 때는 보리밭을 지나 집으로 왔다 더운 여름날엔 날개 달린 개미들이 날아다녔다 개미에 관한 책도 많이 나온 요즘이나 나는 개미의 생태에 관해 책을 아직 못 읽고 있다 파브르 곤충기 어느날 봄내로 .. 유치리 이야기 2011.06.25
유치리의 메뚜기<Soixante-dix-neuf> 사람은 언제나 앞날을 점치고 지나간 날을 기억한다 한달 전 10년 전 그리고 아주 오래전 시간이 멀수록 기억은 희미해지지만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니다 감각과 결합하면 예컨대 아주 즐겁게 들은 음악 맛있게 먹은 음식 아슬아슬하게 올라가본 고개마루 높은 산골짜기 수십년 전이라도 생생이 기억의 .. 유치리 이야기 2011.06.18
닭바위의 전설 <Soixante-quatorze> 홍천군은 동서로 길다 그리고 면적은 넓다 서면 사람들은 청평이나 가평 또는 서울까지 가서 장을 보고 동쪽 내면 사람들은 강릉으로 생선을 사러 간다 홍천읍엔 화양강이 흐른다 예전에는 화양강건너 편엔 집이 드물었으나 지금은 강의 남북으로 다 아파트가 들어섰다 화양강엔 닭바위가 있다 닭바.. 유치리 이야기 2011.06.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