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가집<Soixante-huit> 높은터 매화학교 오른 편 뒤를 돌아 보리 밭을 지나고 서너집을 돌아가면 가파른 언덕이 나오고 폭포는 아니로되 물줄기가 시원한 내가 떨어진다 어른 키만한 그 물줄기 돌계단을 오르면 평지가 나타나고 커다란 집이 보인다 시마을에서 가장 큰 집이다 고색창연하다 그 집에 들어가려면 한참을 더 .. 유치리 이야기 2011.06.03
고사리<soixante-sept> 고사리 충신이 한사람 있었다 성삼문...... 내 어릴 적 69년이라 기억한다 시마을(詩洞) 매화학교를 나오면 두세시 아래 시동 장터에서 자전거를 타고 올라오신 아저씨가 어린이 신문을 배달했다 그 신문은 아마 소년한국일보 였던거 같다 사방에 산이요 논 밭이라 보이는 나무와 풀 그리고 파란 하늘 .. 유치리 이야기 2011.06.03
홍천읍내 아서원<Soixante-six> 양평 두물머리를 지나 강물과 모를 낸 벼가 푸른 논을 지나다 보면 용문을 거쳐 양덕원 지나 홍천이다 구성포를 거쳐온 물줄기와 공작산 수타사 물이 합수하여 화양강..... 물고기가 질펀한 그 강물을 보며 나는 홍천읍에서 두 해를 살았다 강에는 물고기가 많았고 어른들은 생활에 바쁘고 아이들은 고.. 유치리 이야기 2011.06.02
해바라기와 저수지<Quarante-sept> 내 어릴적 매화초등학교는 우물물을 길어 먹었습니다 두레박이 풍덩하면 6학년 학생들이 물을 떴고 큰 주전자에 담은 물을 1학년 교실에다 놓고 가곤 했더랍니다 그 우물 옆과 교장선생님 사시는 사택 주변엔 해바라기가 흐드러졌습니다 여름이 가고 해바라기가 꽃이 무거워 고개 숙이면 가을이 옵니.. 유치리 이야기 2011.05.06
피스코, 평화봉사단 <trente-neuf> 유치리에서 가두둑을 거쳐 상창으로 가면 아스팔트 냄새가 매캐한 버스길이 나오고 헌병이 흰장갑을 낀 채 낮이나 밤이나 서있다 거기서 버스를 타고 한참 가면 홍천읍이다 내가 난생 처음 홍천읍을 가보고 느낀 충격은 말로 표현하기 어렵게 낯설고 물설고 감동적이다만 거기서 중학교를 다니게 될 .. 유치리 이야기 2011.03.10
제비의 추억<trente-quatre> 내가 살던 매산학교 옆자리 할아버지가 지으셨다는 집에는 뒤란에 살구나무가 있었다 키가 큰 살구나무는 봄이 오면 화사한 꽃을 피우고 흐드러진 꽃잎이 봄바람에 어지러이 날렸다 살구나무의 기세에 눌려선지 그 옆의 앵두나무는 열매도 시원치 않고 키가 자라지 못했다 아마 집과 가까웠고 살구.. 유치리 이야기 2011.02.26
청룡부대노래 베트남의 추억<trente et un> 월남의 하늘아래 메아리치는 귀신잡는 그 기백 총칼에 담고... .... 청룡은 간다 뜨거운 여름 햇볕이 커다란 미루나무 그늘아래 매미소리와 날아드는 풍뎅이 날개 치는 소리에 눌리는 저녁 무렵 바람이 산들불면 청룡가를 부르며 날마다 놀던 그 매산학교 운동장을 나와 집으로 가던 때 머릿속에 늘 맴.. 유치리 이야기 2011.02.22
무바라크와 둡체크<vingt et un> 옛날 시동장이 살아있던 시절 유치리의 겨울은 눈으로 덮이고 더러 사람들이 산토끼를 잡았나 보다 내 기억으론 4학년 담임선생님의 함자는 (이 규방)이셨다 술을 좋아하시는지 얼굴 특히 코끝이 불그스름한 선생님은 지금은 세상을 떠난 (이 수학)생이한테 수학아 토끼 잡았냐? 그래서 수학이 보고 .. 유치리 이야기 2011.01.31
조청과 가래떡 <dix-sept> 올해 겨울은 꽤 춥다 설밑이라 사람들이 고향갈 생각도 하고 만두빚어 먹는지도 모르지만 요즘은 설도 예전 설같지는 않다 특히 반듯한 사각형 비닐인지 페트인지 통안에 담겨진 두부를 보면 그걸 사다 먹어야 하고 옛날 유치리 새벽에 짙은 김이 무럭무럭 피어오르면 그건 두부 만드는 집이다 매캐.. 유치리 이야기 2011.01.26
용문사 은행나무 <six> 유치리는 산으로 막혀 있다 앞에는 금은산 뒤에는 매화 어딜 보나 산이고 이른 아침부터 군인들의 달그럭 거리는 구보소리에 잠이 깨고 깊은 밤중에 개짖는 소리와 새벽 닭울음 소리가 언제나 판에 박은 듯 했으나 늘 새롭게 들려오는 시골 중의 시골이었다 긴긴 겨울 밤 반투명한 창호지 너머로 숱한.. 유치리 이야기 2011.01.08